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거리 곳곳에 난립한 정당 현수막에 대해, “자신이 민주당 대표 시절 만든 법 같긴 하나, 악용이 심하면 법을 개정하든 없애든 해야 한다”라며 개정을 지시하였다. 원래 정당도 정당 현수막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지난 2022년 12월 민주당 주도로 자유로운 정당 활동 보장이라는 미명하에 옥외광고물법을 개정하여 정당 현수막은 일반 현수막과 다르게 별도 신고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당명이나 게시 기간 등만 기재하면 장소 제한 없이 15일간 게시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도구로 정당 현수막을 적극 활용했다. 하지만 대선 이후 일부 정당이 정당 현수막을 활용해 중국과 이 대통령을 비방하고, 이 대통령 측근인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관련 의혹을 제기하자, 악용이라며 대통령실과 민주당에서는 이를 규제하려고 나선 것이다. 자승자박(自繩自縛)이라 아니할 수 없다.

사실 2022년 옥외광고물법 개정 당시에도 일반 광고물과 달리 정당 현수막에 대해 규제를 면제하는 것에 대해 형평성에 어긋나는 정치적 특혜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정당들은 그들이 가진 입법권을 활용해 특혜를 당연시하였다. 그 결과 정당 현수막을 정치선전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정당과 거리 설치물을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지속적인 갈등이 야기되었다. 이에 일부 지자체에서는 도시 미관과 안전 확보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정당 현수막을 제한하는 조례를 제정했지만, 정부와 법정 다툼으로 비화되어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하여 무용지물이 되었다.

실제 정당 현수막 난립은 미관과 안전을 크게 훼손할 뿐만 아니라, 거기에 쓰여 있는 혐오와 조롱이 난무하는 자극적인 문구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해당 정당의 지지 여부를 떠나 불편하기 그지없다.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하지만 지나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정부와 민주당이 다시 옥외광고물법을 개정하려고 하는 만큼 개정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개정 방향이 형평성 논란이 있는 무분별한 게첨보다 현수막의 내용에 관한 것에 한정하여 자신들에 대해 비판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경우 이는 또 다른 정쟁의 발단이 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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