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시대, 광장에서 돌을 던지는 군중은 얼굴을 가리지 않았으나 오늘의 군중은 얼굴 대신 ID를 갖고 있다. 폭력의 형태는 변했지만 본질은 여전하며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더 쉽게 돌을 던진다.
최근 청소년 범죄를 들여다보면 예전에는 주먹이나 발길질이 문제였다면 지금은 단한번의 손끝으로 수십명을 상처입힌다. 누군가를 조롱하고 모욕하며 허위글을 퍼뜨리는 일이 일상처럼 이루어지고 폭력은 점점 더 흉포해지고 범위를 넓혀가며 더 무감각해지고 있다.
“장난이었어요”, “남들도 다 하길래 따라했어요” 경찰서를 방문하는 청소년들이 대부분 하는 말이다. 그 장난이 누군가의 명예를 짓밟고 친구의 마음을 무너뜨리며 학교 공동체를 흔들지만 죄의식보다는 집단적 무감각을 보인다.
이 집단적 무감각이야말로 오늘의 가장 큰 범죄이다. 청소년 범죄의 핵심은 처벌이 아니라 예방이다. 법과 제도는 사후장치일 뿐 중요한 것은 ‘확대되지 않게 막는 일’이며 그 막는 일은 오로지 경찰만의 몫은 아닐 것이다.
학교가 정서적 울타리가 되고 가정이 대화의 공간이 되며 사회가 함께 책임을 나눠야 한다. 폭력의 뿌리는 사회의 무관심속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강북경찰은 AI를 기반으로 SPO의 얼굴과 목소리를 현실감 있게 구현하여 ‘공중협박 및 거짓신고, 사이버폭력 예방’을 주제로 한 4분36초 영상을 제작해 학교에 배포함으로써 몰입감 있게 청소년들에게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경찰이 먼저 그들의 세상으로 들어가 관심을 보임으로써 아이들의 손끝이 보이지 않는 폭력으로 물들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나비 한 마리의 작은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서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나비효과’와 같이 작은 움직임이 세상을 흔들고 청소년들의 작은 손끝이 폭풍이 아니라 따뜻한 바람이 되길 바란다.
김지연 대구 강북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경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