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14일 지난달 경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관세·안보 협상 결과를 담은 공동 설명자료인 조인트 팩트시트를 발표했다. 또한 양국은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에도 서명했다. 미국은 한국산 차·부품의 관세를 25%에서 15%로 내리고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에 대해서 1년에 200억 달러를 넘지 않은 선에서 합의했다. 우리의 국방비 증액과 미국산 무기 250억 달러 수입에 대해서도 양국이 합의했다.
최대 관심사인 핵 추진 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와 관련해서도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이 팩트시트에 담겨있다. 미국은 한국의 수십 년 숙원이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 필수적인 전략 자산인 한국의 원잠의 건조를 승인했다. 또한 '한국의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지지한다'는 내용 등의 문구도 들어있다. 진전이라면 큰 진전이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원자력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은 원전을 수출하고 있는 세계 원전 5대 강국이다. 그러나 우라늄 농축이나 핵연료 재처리 등과 관련해서는 큰 제약을 받고 있다.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 협정에 따라 우리나라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지 못하고 보관만 하고 있다. 이제 그 보관시설마저 포화상태에 이르러 재처리 권한이 시급한 과제였다.
이번 팩트시트에는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을 어디에서 어떻게 건조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위해서는 한미 원자력 협정도 다시 개정해야 하는 데 이것에 대한 언급도 없다. 한국이 재처리 권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와 의회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국제무기거래규정(ITAR)도 개정해야 한다. 미국에서 정권이 바뀌면 또 어떤 돌출변수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중국과의 문제도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앞으로 한미는 많은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 했다. 호주에도 미국이 원잠을 제공하기로 하고 실제 협정 서명까지는 3년이 걸렸다. 우리도 실제 원잠을 갖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팩트시트로 한국이 진정한 원자력 국가로 가는 첫걸음을 뗐다. 한미동맹도 전략적 포괄 동맹으로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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