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하락세에 ‘물타기’
메타·엔비디아·ETF 집중
환전 수요가 환율 끌어올려
외인은 코스피 9조 순매도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 ‘서학개미’의 순매수 규모가 이달 들어 5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이달 들어 14일까지 국내 개인 투자자는 해외 주식을 총 36억3천만달러(한화 약 5조3천억원) 순매수했다. 지난달 68억1천300만달러로 전월(27억7천200만달러)의 2.5배에 달해 2011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한 데 이어 또 최대치를 넘어선 양상이다.

지난달 1~14일 국내 개인 투자자 해외 주식 순매수 규모는 17억7천200만달러 수준으로 이달 같은 기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역별로는 이달 들어 14일까지 미국 주식을 약 36억달러 순매수해 비중이 가장 컸다.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나스닥지수 등 미국 주요 주가지수가 이달 들어 하락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대거 물타기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이달 들어 14일까지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 주식 종목은 메타로 5억6천만달러(약 8천120억원)를 순매수했다. 지난달 29일만 해도 750달러대였던 메타 주식이 이달 600달러선을 위협받을 정도로 단기간에 밀려나자 반등을 노리고 대규모 매수에 나선 흐름이다.

인공지능(AI) 붐의 최대어인 엔비디아(5억4천300만달러)에 이어 메타 주가 흐름에 2배로 연동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METU)에도 2억7천100만달러 순매수가 몰렸다.

올해 서학개미의 월별 순매수 규모는 1월 40억5천100만달러, 2월 31억1천400만달러, 3월 44억9천만달러, 4월 35억5천200만달러 등으로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됐다. 5월과 6월 12억9천500만달러, 3억9천400만달러 순매도로 돌아섰다가 7월 다시 4억8천600만달러 순매수로 전환했다. 이어 8월 2억7천800만달러, 9월 27억7천200만달러 순매수 이후 매수 규모가 급증했다.

최근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순매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순매도세와 동시에 확대되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14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대규모 차익 실현에 나서 누적 9조1천27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서학개미의 공격적인 투자에 따른 환전 수요는 원·달러 환율을 1천500원 가까이 끌어올린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개인들의 달러 매수 수요와 외국인의 원화 매도 수요가 겹치면서 원화 가치 하락 압력이 가중된 상황으로 분석된다.

강나리기자 nnal2@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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