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000에도 ‘빈부차’
개별종목 투자 성공 어려워
시장 이기려다 돈 잃을수도
평균 수익률 노리는 ‘인덱스’
최소 노력으로 안정적 자산 확보
욕심 버리고 현명한 선택하자

조영진
iM뱅크 WM사업부 차장
미국 뱅가드그룹의 설립자이자 인덱스펀드의 창시자인 존 보글은 저서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에서 “건초더미 속에서 바늘을 찾으려 애쓰기보다, 건초더미를 통째로 사라”고 말한다. 그는 시장을 애써 이기려 하기보다 시장 전체를 소유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투자 방식이라고 강조한다. 시장 지수를 매수해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것은 자본주의가 낳은 양극화의 냉정한 현실에서 자신을 지켜내는 가장 현명한 길이라고 조언한다.

미래는 불확실하기에 늘 걱정이 따르지만, 그래도 세상은 조금씩 좋아져 왔다. 투자도 결국 현재보다 미래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에 근거해 돈을 거는 낙관론자가 하는 선택이다.

그러나 세상은 단선적으로 좋아지지 않는다. 언제나 좋았던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서서히 나아져 왔다. 주식시장 흐름도 마찬가지다. 잘 뚫린 고속도로가 아니라 울퉁불퉁한 비포장길에 가까웠지만 시간이 흐르며 결국 회복과 성장을 이뤄냈다.

‘고르지 말고, 전체를 소유하라’는 저자의 단순한 교훈은 때로 과소평가되었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준다. 최근 코스피가 4,000포인트를 돌파한 강세장에서 많은 투자자들이 큰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 온기는 일부에만 머물렀다. 소외된 개별 종목에 투자한 이들은 여전히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시장을 이기려는 헛된 노력에 집착한 결과이다. 이번 상승장이 투자자에게 남긴 분명한 메시지는 인덱스 투자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소수의 천재가 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말했다. 핵심 상품 20%가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는 파레토 법칙은 주식시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주가지수는 장기적으로 상승해 왔지만 그 상승을 이끄는 종목은 언제나 소수의 탁월한 기업들이다.

반면 대부분의 상장기업은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채 시장의 평균에도 한참 못 미친다. 결국 개별 종목 투자를 통해 성공할 확률은 그만큼 희박할 수밖에 없다.

그 배경에는 장기화된 저금리의 영향이 있다. 구조조정이 필요했던 기업들마저 시장에 남아 좀비기업으로 생존해 왔기 때문이다. 이런 종목들이 주식시장에 널려 있는 만큼 투자자가 종목 선택을 한 번이라도 잘못하면 0이 곱해지며, 시장에서 비자발적으로 퇴출될 수 있다.

많은 투자자들은 남들과 다른 성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을 이기는 수익을 내야만 자신이 쏟은 노력과 열정의 대가를 얻었다고 믿는다. 그러나 초과수익을 달성하기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실제로 이루기조차 대단히 어렵다.

과연 남을 이겨야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남들이 하는 만큼만 따라가도 충분하지 않을까. 오히려 욕심을 내려놓고 시장의 평균 수익률에 만족하는 투자가 더 나은 결과를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 적은 노력으로 게으르게 투자해도 안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이 인덱스 투자이다.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 최소한의 노력으로 먹고사는 일을 해결하고 남는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삶이 아닐까. 초과수익, 즉 남들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는 것이 투자에서 반드시 중요한 목표는 아닐 수 있다. 평범한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남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그저 지지 않을 정도라면 충분하다. 진정한 경제적 자유는 경제적 만족이 선행될 때 완성된다.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