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면대 거울에 TV 비친다
치약을 짠다
수컷 A가 수컷 B의 목덜미를 가격한다
칫솔을 가볍게 쥐고 앞니를 닦는다
A는 B의 발길질에 턱이 돌아가고
B가 허공을 가르며 떨어진다
수컷 한 마리가 암컷을 독차지한다.
칫솔을 움켜쥐고 사랑니를 닦는다
혓바닥을 닦는다
칫솔을 돌려가며 어금니를 닦는다
입안에 문 거품을 뱉는다
거울 깊숙이 리카온 떼가 보인다
대장 어깨를 치켜들고
졸개들 무리 지어
칫솔을 가볍게 쥐고 송곳니를 한 번 더 닦는다
물로 목구멍을 헹군다
난 출근을 서두른다
◇양문희= 2014년 ‘시에’를 통해 등단했다.
<해설> 출근을 정글로 한다. 출근하기 전 얼마간의 동작 행위를 세면대 거울을 통해 켜진 티비와 자신을 오버랩하면서 시를 구성하고 있음이 신선한 구조로 다가오는 그런 시이다. 짧은 순간 세밀한 기록이 요즘 시의 대세이면서 동시에 그런 묘사가 주는 사실성이 다가 아닌 암시성에 이를 때 확장된 의미의 알레고리는 더 큰 긴장감을 주기도 한다. 자신의 행위와 타자의 행위가 번갈아 진술되면서 행위의 행간에 비친 세상에 대한 시인의 의식은 결국 정글의 삶을 반추하고 있다. 치약을 짠다, 사랑니를 닦는다, 어금니를, 혓바닥을 닦는다, 송곳니를 한 번 더 닦는다, 물로 목구멍을 헹군다로 이어지는 닦기의 행위와 수컷 A와B의 행위 그리고 “수컷 한 마리가 암컷을 독차지한다”에서 시인의 어떤 현실의 불합리성은 자신이 가야 할 곳, 출근해야 할, 현실의 그곳과 다르지 않다는, 에두름의 표현으로 읽힌다. -박윤배(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