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살림의 경고음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 동향 11월호’에 따르면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가 9월 말까지 102조 4천억원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대비 11조원 증가한 것으로, 적자 규모는 1~9월 기준으로 코로나 팬데믹이었던 2020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이다. 정부는 “전환점 마련을 위한 불가피한 확장 재정”이라고 주장하지만, 부채의 증가 속도가 우리 경제의 체력을 마비시킬 만큼 너무 가파르다. 이런 속도라면 GDP 대비 부채 비율이 2029년에는 58% 수준으로 뛰어올라 비(非)기축통화국인 우리의 입장에서는 감내하기 어려운 경계선에 접근한다.

정부는 아직 GDP 대비 부채 비율이 50%를 약간 넘는 수준이라 문제가 없다고 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규모가 아니라 증가 속도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적했듯 최근 5년간 우리의 국가부채 증가 속도는 주요 37개 선진국 중 다섯 번째로 빠르다. 고령화·저출산으로 조세 기반이 축소되는 구조적 흐름을 감안하면, 지금의 속도는 위험한 수준에 가깝다. 이로 인해 재정 여력을 잃게 되면 금리·환율·신용등급 등 대외 변수에서 취약성을 노출하게 되고 자칫 ‘제2의 IMF’ 사태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재정 확장의 ‘질’이다. 인공지능(AI) 육성, 지역 성장거점 구축 등 전략적 투자는 필요하지만, 아직 부처별로 중복된 사업, 선심성 현금 지원, 지역사랑상품권처럼 지속성이 떨어지는 지출이 곳곳에 남아 있다. 생산적 투자를 강조하면서도 비효율적 지출을 그대로 둔다면 재정 확대는 미래 성장동력 창출이 아닌 단순한 ‘적자 누적’에 그칠 뿐이다.

국가부채 증가로 인한 재정건전성 훼손은 결국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남게 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속도가 OECD 최고 수준에 이르는 우리는 다른 나라보다 더 낮은 부채 한계선에서 위험이 현실화될 수 있다. 과거 정부가 국가채무 40%를 관리선으로 삼았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기보다 부채를 통해 눈앞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손쉬운 정치적 선택이 될 수는 있으나, 그 청구서는 결국 미래세대와 경제 체력의 약화라는 형태로 돌아온다. 따라서 부채의 속도를 통제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지금 멈추지 못하면, 미래는 선택이 아닌 위기로서 우리 앞에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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