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관내의 경비작전 업무는 대구의 다른 경찰서보다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러나 올해 처음으로 경비작전 업무를 맡은 필자로서는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일을 경험하고 있다.
금년도 강북경찰서 관내에서는 산불 진화 헬기 추락사고, 칠곡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한 함지산 대형 산불, 여름철 잦은 장마로 인한 노곡동 침수 사고 등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필자가 느낀 감정은 주민들에 대해 미안함과 고마움이다.
큰 재난 앞에서도 동요하지 않고 경찰의 질서유지 방침에 잘 따르며 일상의 평온을 유지해 준 고마움, 그리고 발생하기 이전에 위험을 막지 못한 데에 대한 공직자로서 미안함이다.
얼마 전에는 관내에서 올해 가장 많은 인파가 운집한 집회가 열렸다.
야간에 진행되는 집회라 담당 경찰관으로서는 참가자의 안전과 집회로 인한 소음 문제로 ‘시비, 폭력이 발생하지 않을까?’ 많은 걱정과 고민이 있었다.
집회는 보장받아야 할 권리이며 동시에 주민의 생활 평온 또한 보호받아야 할 권리이기 때문에 서로의 권리가 충돌하지 않도록 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때 고심 끝에 높은 수준의 민주법치시민으로 성숙한 의식을 지닌 주민을 믿기로 했다. 기본권 충돌을 해결할 열쇠는 경찰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집회 주최 측이 적극적, 자발적으로 안전대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유도하되 경찰은 필요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었다.
처음에는 다소 걱정도 있었지만 믿음과 바람대로 주최 측도 책임 있는 집회를 준비하려는 모습을 보이며 노력했다.
야간 집회가 열리고 행진이 시작됐다. 경찰관 기동대를 운영하지 않고 교통·대화 경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대응한 결과 다소의 소음은 있었지만 안전사고 없이 집회가 마무리됐다. 우리 대구 강북지역에 새로운 형태의 집회 문화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필자는 권리와 책임이 조화될 때 비로소 아름다운 공동체가 만들어진다고 확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