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사회 속에서 따뜻한 희망 찾다
일상 행위서 얻은 詩의 말 담아

화살물고기
박윤배 지음/잉어등/128쪽/1만2천 원
1989년에 등단한 시인이 일곱 번째 시집을 펴냈다. 그는 지난 코로나를 예언이나 한 듯 시집 <알약>을 내고, 이어 우리 사회에 증가하는 독거인들 혹은 핵가족화에서 오는 외로움을 다룬 시집 <오목눈이집 증후군>을 상재했다. 이번에는 요즘 왠지 우울한 사회의 기류 속에 비극적 상상력으로 쓴 시들을 모아 한 권의 시집을 묶어냈다. 이번 시집에는 ‘난감한 여파’ ‘진공청소기’ ‘물밥’ ‘가창별곡’ 등 70편의 시가 담겼다.

인간 삶의 근본적인 욕구의 문제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 사랑의 가치와 진실을 탐구해 온 저자는 이번 시집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진 게 없는 약자들의 고통과 비참,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사랑으로부터의 적나라한 배신 경험에 서정을 곁들이면서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는가 하면 나름, 가느다란 빛줄기 같은 희망 끈을 붙잡고 있다. 특히 대표작 중 하나인 ‘진공청소기는’는 눈앞의 죽음이나 비참을 바라보는 방식을 진공청소기라는 실물을 놓고 떠올린 사유를 통해 의미를 받아 써내려 가고 있다. 이 시는 일곱 번째 시집 『화살물고기』의 목차 맨 앞줄에 앉힌 시로 제목이 좀 뜬금없긴 하지만 관념적인 상상력이 아닌 구체적인 일상의 동적 행위에서 얻어진 직관을 시의 말로 진술하고 있다. 세밀한 관찰과 상상력을 결합하면서 꽃이라는 상징의 매개물에 달려들던 날벌레까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소멸해야 하는 운명에 어둡고 긴 청소기의 통로는, 결국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는 통로이면서 블랙홀로 보는가 하면 나 또한 언젠가는 낯선 우주에 닿겠지만, 아직은 사는 이유가 좀 불분명하기에 지구에 좀 더 머물겠다는 변명을 능청스레 나열하고 있다. 석지윤기자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