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에는 ‘사자의 서’라는 장례용 경전을 죽은 자의 무덤에 함께 봉안했다. 파피루스라는 이집트식 종이에 그림과 이집트 문자가 함께 들어간 이 텍스트는 요즘으로 치면 경전과 부적의 기능이 합쳐진 문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장례용 경전은 죽은 자가 모든 지옥신의 질문과 경계를 이겨내고 명계의 최고신 오시리스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증표 같은 존재였다.
사자가 태양신이 있는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 마지막 단계가 오시리스가 던지는 마지막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 그렇게 삶과 죽음을 가르는 오시리스의 질문은 딱 2가지다.
첫째는 “행복하게 살았느냐?” 둘째는 “너만 행복하게 살았느냐? 아니면 주변 사람들도 함께 행복하게 만들며 살았느냐?”라는 질문 2가지.
대부분 사자들은 첫 번째 질문은 잘 통과하지만 마지막 질문에서 머뭇거리며 자신있게 말하지 못한다.
바로 그때 옆에 있는 사자의 몸에 악어 머리를 가진 세크메트가 사자의 심장을 먹어버린다고 한다. 4000년 전의 이야기다. 역설적이게도 그 질문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것이 신기하다.
최근 공황장애와 우울증, 트라우마에 빠진 많은 사람들을 상담으로 만난다. 한결같이 ‘삶의 의미’와 ‘생존의 이유’를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그런 분들에게 내가 드리는 미션은 의외로 단순하다. 어렵지 않다는 뜻이다.
방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이불개기 같은 소소한 미션을 준다.
‘삶의 의미’와 ‘생존의 이유’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는 작은 봉사의 미션을 준다.
트라우마에 깊이 빠진 분들에게는 몸에 집중하는 활동을 맞춤형으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선물처럼 다가간다.
간단한 미션에 비해 효과는 놀랍다. ‘이 정도를 가지고 사람들은 변화시킬 수 있다고요?’ 놀라는 분들에게는 한 마디 추가로 던진다.
당연히 앞뒤로 소소한 상담 소스와 공감 나누기는 있지만 그건 영업비밀이라고 해두자. 암튼 변한다.
중용 23장의 핵심을 한 줄로 만들면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감동을 받고 감동을 받은 사람은 변화한다’가 된다.
이 작은 한 줄이 중용 23장의 핵심이다. 결국 감동을 받은 사람이 변한다는 논리인데 변하기 위해서 전제되는 조건은 JYP의 전설적인 어록처럼 공기반 소리반의 진정성이 담긴 최선이 해답인 셈이다.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았던 사람에게 도시락 배달 미션을 시켰다. 한 달 뒤 내담자가 웃으며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도시락 배달을 하면서 알게 된 다리가 불편한 참전용사 할아버지에게서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았다며 좋아했다. 잃어버린 ‘삶의 의미’ 찾기는 조금 덜 아픈 사람이 조금 더 아픈 사람을 안아주며 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걸으며 배우는 길 위의 철학이다.
도시락 미션을 가볍게 볼 수 없다. 그 속에는 누군가를 위해 나의 땀과 시간을 온전히 누군가를 위해 희생한다는 큰 배려가 숨겨져 있다. 한 사람의 끼니를 챙기기 위해 시간을 맞추는 책임감도 들어있다. 마음을 일으키고 몸을 움직이는 정의로운 행동도 있다.
가장 큰 선물은 그 미션을 수행하고 난 후에 오는 뜨거운 나눔의 감동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감동이다.
여기에다 프로이트 이후 심리학계에 떠오르는 샛별 같은 존재인 마틴 셀리그만이 창안했던 ‘긍정심리’의 회복은 심리회복의 정수이며 매슬러 박사도 예측했던 인간 욕구 5단계를 뛰어넘는 모든 신이 기뻐할 최고의 인간 욕구인 ‘이타심’을 발견했다는 것은 축복이다.
살면서 이런 감동을 몇 번이나 느껴볼까? 쉽지 않다.
올해 초 3월 경북의 산불로 귀한 사람이 죽고 국가산림이 소실되었다. 안동의 길안면에는 사과 농가들이 초토화되었다. 농가의 소멸은 단순한 사과나무의 부재만 아니다. 작게는 농가의 소득소멸에서 크게는 지방의 소멸까지 확대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앞으로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로 이런 자연재난이 더욱 많아 진다는 것이다.
전국을 강연 때문에 차를 타고 다녀야 하는 필자의 눈에 해마다 소나무가 지구온난화와 재선충으로 빠르게 갈변으로 죽어간다는 현실에 가슴이 먹먹하다.
오랫동안 국가재난트라우마 현장심리치료를 다니며 알았다. 트라우마의 치료는 응원과 지지가 없으면 결코 회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개인의 활동을 상담치료라고 한다면 함께하는 활동을 캠페인 혹은 운동이라고 부른다. 혼자가 상상하면 꿈이지만 함께 꿈을 꾸면 현실이 되는 새로운 도전을 현실로 만들고 싶다.
더욱 거세지는 자연재난과 재해의 현실에 맞서 우리의 재난극복의 꿈을 현실로 나눔하고 싶다.
불타버린 경북 안동의 사과나무를 불티나는 사과로 바꾸는 모두가 함께 꿈을 꾸는 신이 기뻐할 나눔의 정신을 ‘K-국난극복’ 정신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싶다.
김성삼 대구한의대학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