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후 처음으로 민주당의 가장 취약지역이라는 ‘보수의 심장’ 대구를 찾았다. “잃어버린 대구의 시간을 다시 되돌리겠다”, “대구부터 살리겠다”라는 발언은 분명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TK 신공항 기금 융자 검토, 5천510억 원 규모의 AI·로봇 산업 지원, 대구 취수원 이전 등 이른바 지역 현안 사업에 대한 ‘선물 보따리’도 거침없이 풀어놓았다.

그러나 정 대표의 이러한 발언이 진정성이 있으려면 ‘말’이 아니라 ‘실천’, 그리고 실천의 지속성을 증명해야 한다. 대구 시민들이 듣고 싶은 것은 화려한 수사나 일회성 약속이 아니라, 정부와 민주당이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정 대표가 강조한 AI·로봇 수도 건설, AX(AI 대전환) 혁신 기술 개발사업의 예타 면제, 알파 시티 기업 애로 해소 등은 모두 지역 발전에 큰 도움이 될 만한 의제들이다. 하지만 어떻게 도움을 줄 것이라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나마 정 대표가 즉석에서 이를 위한 정책협의회를 구성하라고 지시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그 역시 실효성과 후속 조치가 담보되지 않으면 또 하나의 보여주기식 대응에 불과하다. TK 신공항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10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적극 검토’라는 선언만으로는 시민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구체적인 예산 확보 방안, 단계별 추진 일정, 정부부처 간 조율 구조 등을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내년도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이들 사업에 대한 민주당의 행보가 어떠하냐에 따라 그 진정성은 드러나게 될 것이다.

한때 이 지역은 민주당의 성지였다. 특히 지난 8대 총선에서는 5석 가운데 1석을 제외하고 전부 민주당의 전신인 신민당이 의석을 차지할 만큼 민주당 강세 지역이었다. 따라서 민주당이 그동안 대구에서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립서비스에 불과한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민주당이 진정 대구에서 옛 명성을 되찾고자 한다면, 화려한 미사여구(美辭麗句)로 한순간 지역민의 마음을 사로잡기보다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 그것이 이 지역에서 민주당이 다시 일어서기 위해 감당해야 할 책임의 무게다. 따라서 이번 정 대표가 내놓은 약속들이 이벤트성 발언이 아니라, 지속적인 정책 이행으로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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