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를 지배하는 최고권력자
사람들 속이고 동물들 학대
엘파바가 진실 알리려 하지만
오히려 사악한 마녀로 몰려
이 과정서 글린다와 갈등하며
서로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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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키드 : 포 굿’ 스틸컷.

“마녀가 돌아왔다”

1년간의 인터미션이 끝나고 돌아온 ‘위키드: 포 굿’은 사람들의 시선을 더는 두려워하지 않는 ‘사악한 마녀’ 엘파바(신시아 에리보)와, 대중의 사랑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착한 마녀’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가 진정한 우정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지난 19일 개봉한 영화 ‘위키드: 포 굿’은 1부에서 쌓아 올린 서사를 바탕으로 두 마녀의 선택과 갈등을 더욱 깊게 보여준다. 1부에서 초록 피부를 가진 엘파바의 과거와 글린다의 인간적 매력으로 관객을 압도했다면 2부는 두 마녀의 내면을 보다 깊게 들여다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영화 '위키드: 포 굿' 스틸컷
영화 '위키드: 포 굿' 스틸컷

 

영화 ‘위키드: 포 굿’은 엘파바가 사악한 마녀로 불리게 된 이유를 새로운 시선으로 보여준다. 오즈의 최고권력자인 마법사(제프 골드브럼)는 사람들이 위대한 마법사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그는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거짓으로 마법을 할 수 있다고 하며 동물들의 권리를 없애고 학대한다. 진실을 알게 된 엘파바가 이를 세상에 알리려 하지만 쉬즈 대학교 교장 마담 모리블(양자경)과 마법사의 방해로 오히려 더 깊이 ‘사악한 마녀’로 몰리게 된다. 결국 진실을 말하고자 한 그녀의 존재는 세상에서 배척받는 존재가 된다. 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은 “진실은 원하는 대로 결정되는 것”이라며 외면한다.

마법사가 꾸며낸 거짓이 진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선전과 선동으로 여론이 호도되는 과정은 한쪽으로 치우친 시선과 사회적 갈등을 보여준다. 이는 편견과 선동이 여론을 왜곡하는 현대 사회의 모습과도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엘파바의 고군분투를 지켜보며 정의와 진실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사회적 편견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엘파바와 글린다는 서로 다른 선택과 신념 속에서 갈등하며 각자의 길을 찾아 나선다.

영화에서 엘파바는 자신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사람들 앞에 나선다. 그리고 동물들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찾아 동물들과 함께 싸우자고 한다. 가족과 사랑하는 이를 잃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진실과 정의를 향한 그녀의 여정은 멈추지 않는다. 글린다 역시 자신을 돌아보며 어린시절 품었던 꿈과 상처를 떠올린다. 훌륭한 마법사가 되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던 과거. 사람들은 그녀가 마법을 쓰면 기뻐하고 행복해했다. 모두로부터 착하다는 찬사를 들으며 기쁨과 행복을 주는 존재이자 선망으로 살아가지만 많은 이들의 기대에 맞추려는 부담 속에서 흔들린다.

영화 '위키드 : 포 굿'스틸컷
영화 '위키드 : 포 굿'스틸컷

 

‘위키드: 포 굿’은 전혀 다른 두 방향으로 나아가는 마녀가 각자의 길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다시 우정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그 우정은 단순한 관계가 아니라, 두 사람을 성장시키고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영화가 절정으로 향해가며 심장 없는 양철 나무꾼, 허수아비 등 ‘오즈의 마법사’ 캐릭터들도 등장해, 이야기의 깊이와 영화적 재미를 더한다. 이렇게 영화는 우정과 성장, 그리고 진실을 향한 용기라는 보편적 주제를 환상적 세계관 속에서 아름답게 풀어낸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흐르는 OST ‘포 굿’(For Good)은 단순한 배경음악을 넘어, 영화의 메시지를 가장 압축적 담아내는 듀엣곡이다. 서로에게 상처와 아픔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동시에 서로 더 나은 존재로 변화시키고 성장하게 만든 순간들을 엘파바와 글린다는 이 곡 속에서 재확인한다. 노래는 두 마녀의 우정과 신뢰, 이해가 절정에 달한 시점을 감정적으로 극대화한다.

특히 신시아 에리보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폭발적인 가창력은 단순히 아름다운 화음을 넘어, 두 캐릭터가 서로에게 남긴 깊은 영향과 변화, 그리고 진정한 우정의 의미를 한층 더 강렬하게 전달한다. 각 음절마다 담긴 감정과 호흡, 그리고 두 목소리의 조화는 스크린 속 장면과 맞물려 관객의 심장을 두드린다. 듣는 순간 그동안 엘파바와 글린다가 겪어온 갈등과 아픔,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며 성장한 과정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며 작품의 여운을 더해준다.

단순한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현실적인 메시지 담겨

내로라하는 한국 뮤지컬 배우들

전편 이어 2부 더빙에도 참여

캐릭터 감정·성격 생생히 전달

마법의 세계로 단숨에 끌어들여

내로라하는 한국 뮤지컬 배우들이 참여한 더빙판도 눈길을 끈다. 박혜나(엘파바), 정선아(글린다), 고은성(피예로), 정영주(마담 모리블), 남경주(마법사) 등 탄탄한 연기력과 풍부한 성량을 지닌 배우들이 전편에 이어 2부 더빙에도 참여해 오리지널 캐스트와는 또 다른 매력과 흡인력을 선사한다. 이들의 목소리는 단순히 대사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각 캐릭터의 감정과 성격, 내면의 갈등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관객을 마법 같은 위키드의 세계로 단숨에 끌어들인다. 화면이 중앙에서 좌우로 확장돼 오즈 세계의 공간감을 입체적으로 표현해주는 ‘스크린 X관’과 움직임, 진동, 바람 등 특수 효과가 더해진 ‘4DX관’ 등 특별관 관람도 추천할 만하다.

어떤 진실은 외면당하고 누군가는 이유 없이 낙인찍히는 세상. ‘위키드:포굿’은 그 속에서 흔들리면서도 자신만의 길을 선택한 엘파바와 글린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믿고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단순한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에게 필요한 현실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

진소현기자 sohyu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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