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금 의료계의 분위기는 여러 사회적 상황과 시대의 흐름에 많이 변화된 환경에 처해 있다. 20년 전 전공의 시절에 환자를 보면서 우려했던 내용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환자를 선의로 치료하고 나쁜 의도가 전혀 없는 의료적 행위로 나타난 의료사고가 고소로 유능한 의사들을 수갑 차게 하고 자존감을 잃게 할 것이고, 그로 인해 유능한 의사의 의료적 행위를 위축되게 하고 이에 따라 치료받을 기회를 환자들은 놓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그 당시의 우려가 요즘은 현실화하고 있다.
치료할 수도 있는 질환도 수술 등을 통한 의료사고의 위험이 있다면 망설여지게 되고 응급치료라는 부분이 들어가면 모든 의사가 망설이고 하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들이 의료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너무 안타깝다. 좋은 의사들이 사람 살리는 진료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더 경제적으로 윤택을 가져올 수 있는 의료적 행위에 좋은 인력들이 몰리고 있다. 이전에 예측한 내용들이 20년 지난 시점에 이렇게 나타나고 있고 또한 정책들이 이렇게 계속 간다면 앞으로 20년 후 나타날 우리나라 의료의 현실은 참으로 참담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 생각된다.
최근 어려운 의료적 상황을 거치면서 우리의 의료가 나아갈 정확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첫째로 사람을 살리는 중증 환자 진료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환자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을 맞이하는 응급 상황에서 전국 어디서든지 이에 대한 불평등 없이 의료가 행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응급 상황에서 행해지는 의료에 대하여서는 의료수가가 그것에 맞게 적절히 메겨져야 하고 밤을 새워서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하는 일을 하는 의사들에게 그들이 이런 행위를 단지 사명감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받게 한다는 인식을 주어야 어려운 진료를 할 좋은 의사들이 많이 생긴다.
그리고 법적인 보호가 필요하다. 물론 대리 수술을 한다든가 나쁜 의도의 의료행위를 통해 환자가 피해를 보았다면 이는 당연히 처벌받고 의사의 자격도 취소해야 하지만 사람을 살리려는 선한 의도를 가지고 의료행위를 하다가 나타난 의료사고에 대하여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환자 고통과 의사의 심한 마음의 상처를 완화 시켜 주어야 한다.
둘째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갈 수 있는 병원을 지원하여야 한다. 의료시스템의 근간은 국민 주변에 있는 1.2차 의료이며 이 병원들이 국민 주변에 있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서 문턱이 낮은 의료시스템이 중증 환자 시스템으로 잘 연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셋째로 의료적 연구가 장기적 계획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30년 계획으로 노벨상을 준비한 일본은 최근 면역항암의 기전과 약물의 개발로 이러한 목표를 이루어 가고 있다. 실제로 면역 항암치료는 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일으키고 있고 실제는 이러한 치료는 환자들에게 놀라운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근시안적인 연구가 아니라 장기적 연구를 통한 의학의 발전은 의사와 과학자들이 추구해야 할 진정한 영역이라 판단되고 굴뚝 없는 경제적 성과에 지대한 공헌을 할 것이 자명하다.
우리나라의 의료가 의료수가의 현실성 있는 재조정과 중증 환자 시스템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투자로 진정한 국민을 위한 의료로 다시 태어나기를 간곡히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