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을 뜨면 멈춰서는
난
술래라도 된 듯
기다렸다
눈을 감고
꽃대에
하루 한 마리씩 나비가
날개를 펼치고 앉았다
오 일째 되는 날
파란빛 날갯짓이
시작되었다
날아갈까 봐
날아갈까 봐
얼음이 되어
◇오형선= 청주 출생. 중앙대학교 사회학석사. 딩아돌하, 여백문학회 활동. 시집 ‘잠잠’(2025, 시산맥사).
<해설> 꽃이 나비에 닿는 것인지, 나비가 꽃에 닿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서로가 촉을 세우고 시인 또한 촉을 세움에 나비는 나비가 아니고 꽃은 꽃이 아니고 시인 또한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닐 그때는 결국 눈 감고 기다린 오 일째 되는 날이 아닐까? 술래일 뿐이던 기분에서 “파란빛 날갯짓이/시작되었다”는 감정의 표현은 촉감이라는, 마치 나비와 꽃이 만나는, 시인의 촉과 만나는 모든 것들의 살아있음이 내뿜는 어떤 감동 같은, 그런 감흥의 상태를 시인은 시로 받아적고 싶었던 것 아닐까? 아무튼 이 문장 “날아갈까 봐/날아갈까 봐// 얼음이 되어”는 시인의 심리와 대상의 입장으로 옮겨놓은 시인의 감정이, 절묘한 충돌로 인해 시가 의미를 내포하든 안 하든, 여간해서 만나기 힘든 탁월한 표현이다. 나비가 되어도 아니고 얼음이 되어? 라는, 놀라운 발상의 전환이 주는 환기는 한층 더 시다운 감칠맛에 닿아있다. -박윤배(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