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중 대구광역시 기계로봇과 로봇산업팀장
지금 세계 제조업은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결합하며 생산 현장은 단순 자동화를 넘어, 인간과 유사한 작업 능력을 갖춘 차세대 로봇의 실증과 초기 상용화 단계로 진입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러한 신기술을 생산라인에 적극 도입하며 산업 패러다임을 선점하고 있다. 변화의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가운데, 대구는 이 흐름 속에서 전략적 의미를 지닌 도시로 자리 잡고 있다.

대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로봇산업을 육성하는 데 있지 않다. 지난 수십 년간 자동차 부품과 정밀기계 제조에서 축적한 기술력과 생산 역량이 차세대 로봇산업의 핵심 자산으로 재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제조기업들은 이러한 기반 위에서 첨단로봇과 휴머노이드 분야에 과감히 진입하며 성공적인 산업 전환에 도전하고 있다. 모터, 감속기, 제어기, 센서 등 핵심 부품에서 다져온 기술은 로봇산업의 경쟁력과 정확히 맞닿아 있으며, 기존 제조 산업을 미래 시장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이는 제조 기반이 진화하며 다양한 기술이 융합해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되는 대표적인 기술수렴(convergence)의 과정이기도 하다.

특히 휴머노이드 기술은 지역 기업들에게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 인간과 유사한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한 핵심 구성요소는 고출력 모터, 정밀 감속기, 고신뢰 센서, 경량 구조체 등이다. 대구·경북 제조기업들은 이미 이 분야에서 기술과 경험을 축적했으며, 단순 부품 공급을 넘어 설계·생산·조립을 아우르는 통합 제조 역량으로 확장하고 있다. 나아가 로봇 완제품이나 파운드리형 전문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기술 진보는 곧 시장 확대를 의미하며, 기존 산업 경험을 발판 삼아 로봇 신산업으로 이어지는 성장 모델을 대구는 현실화하고 있다.

대구의 또 다른 강점은 실증 중심 산업 생태계다. 곧 완공될 국가로봇테스트필드를 중심으로, 로봇 개발에서 시험·검증, 실증, 상용화까지 한 지역에서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단순 테스트를 넘어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기술을 고도화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 실제 지역 제조기업들은 조립·핸들링·검사 공정에 첨단로봇을 적용하며 생산성과 에너지 효율을 높였고, 현장에서 축적된 데이터는 다시 기술 개선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다.

대구시는 앞으로도 실증 중심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고, 기업·대학·연구기관과 협력해 로봇·AI 융합기술 개발, 전문인력 양성, 로봇 성능 검증과 산업현장 적용 역량을 높이는 데 속도를 낼 계획이다. 첨단 로봇산업의 중심지로 자리 잡는 것은 단순한 정책 성과를 넘어 미래 제조 강국을 향한 국가 전략을 실현하는 선도적 사례가 될 것이다. 도시가 기술 변화의 파고를 기회로 바꾸고, 미래를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모습. 그것이 바로 지금 대구가 보여주고 있는 산업 혁신의 진면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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