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준 대구 동부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장
“소방관을 구하는 소방관” 내가 일선 구조대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처음 RIT(Rapid Intervention Team, 신속동료구조팀)에 호기심을 갖게 된 문장이다. RIT는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일부 시·도서 운영을 시작했으며, 현재는 전국적으로 교과 과정과 현장 훈련에 포함되어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RIT 훈련을 진행하다 보면 종종 들을 수 있는 말 중 하나가 “어? 예전에 해봤던 훈련인데?”라는 이야기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RIT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는 않았을 뿐, 사실 우리 모두는 소방관으로 입직하면서 크고 작은 형태의 RIT 혹은 비슷한 훈련을 경험해 왔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소방관들의 순직 사고는 우리에게 뼈아픈 질문을 던진다. ‘왜 대원은 고립되었고, 왜 구조가 지연되었는가?’ 실제로 2010년대 400여 명이던 소방공무원 순직·공상자는 2020년대 약 1천 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부주의로 볼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훈련, 운영체계의 한계로 보여 질 수 있다.

RIT는 단순히 고립된 대원을 구하는 임무를 넘어 비상 탈출로 확보, 위험 요소 제거, 대원 위치 확인 등 사전 예방 활동까지 포괄하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대책이 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제도화되어 소방관 최후의 안전망으로 자리 잡았고,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캐나다 등 RIT가 제도화된 국가에 교육을 받으러 다녀오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다.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RIT 전담팀을 편성하기 어렵고, 현장에서는 일반 출동 임무와 병행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한국형 RIT’를 늘 고민하게 된다.

만약 RIT 전담팀이 편성되어 현장에 출동해 대기하면 일부에서는 “왜 출동해서 가만히 있냐”는 시선을 보낼 수도 있다. 그러나 RIT 대원은 단순히 대기하는 것이 아닌 건물 구조 파악, 붕괴 위험 요소 확인 등 위험성 평가를 하며 임무를 준비한다. 이러한 점이 충분히 교육된다면, 그런 시선들도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RIT 교관들은 한목소리로 “RIT는 지휘관급에서 먼저 교육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에 RIT가 몇 년 전부터 활성화되어 교육이 진행되고 있으나 현재까지도 RIT가 구조대원만의 훈련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다. 실제로 RIT 기본과정 교육이 배정되면, 안전센터 직원들 중 몇몇은 “구조대원들이 받는 교육 아니었어요?”라고 나에게 묻는 경우가 여전히 적지 않다.

RIT는 더 이상 선택적 전문훈련이 아니라 모든 소방대원의 생명을 지키는 필수훈련이다. 항상 이상적으로 운영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지휘관부터 현장 대원까지 모두가 RIT의 의미를 이해하고, 실정에 맞는 RIT를 고민하고 적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결국 ‘소방관을 구하는 소방관’이라는 말이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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