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율 급등에 따른 위험성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증시 랠리와 성장률 상향 조정에 가려지고 있지만,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 시한폭탄처럼 남아 있다.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1,400원대로 올라선 원·달러 환율은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하여 1,300원대를 유지했으나,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으로 인해 다시 1,400원대로 진입한 이후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대 변수였던 한·미 관세 협상이 마무리됐음에도 환율은 좀처럼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환율 상승은 이제 막 회복하려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2.4% 올라 1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수입 물가는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반등했다. 또한 금리에도 영향을 주어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3.27%로 올해 4월 대비 0.7%포인트 이상 올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시장금리는 지속 상승하며 기업과 가계 모두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성장률 전망 역시 반도체 업종 효과에 힘입어 상향 조정되고 있지만, 실물 경제와 서민 체감 경기는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고환율은 단순한 경기침체나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구조적 변화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9월 말 우리의 대외 금융자산은 2조 7천976억 달러로 사상 최대다. 해외 주식·채권 투자 증가로 달러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급 측면에서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4분기에 더 확대될 수 있어, 1,500원대 진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환율 방어를 위한 정책당국의 외환시장 개입도 쉽지 않다. 현재 4천288억 달러 수준인 외환보유액은 위기 수준은 아니지만 충분하지도 않다.

그러나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수입 물가 상승은 소비 위축을 가져오고 결국 내수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당국은 최근 고환율 상황이 더 이상 일시적 경기 부진의 부산물이 아니라, 우리 외환시장 구조의 변화와 산업 경쟁력 약화가 결합된 ‘복합 신호’라는 지적을 가슴 깊이 새기고, 적정환율 수준을 면밀히 분석하는 한편, 고환율 고착화에 대비 선제적 대응을 서둘러 고환율을 ‘뉴노멀’로 만들지 않도록 하는데, 총력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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