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무 등 재료 비용 하락 불구
달라진 식생활·노동 부담 원인
김장 하지 않는 가정 증가 추세
SNS서 시판 김치 후기 공유하고
유명한 판매업체는 예약경쟁까지

25일 대구 수성구청 주차장에서 열린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에서 수성구새마을회 회원들이 절임배추에 양념을 버무리고있다. 이날 만들어진 김장 김치 3천 포기는 관내 23개 동 취약계층 800세대에 전달된다. 전영호기자 riki17@idaegu.co.kr
25일 대구 수성구청 주차장에서 열린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에서 수성구새마을회 회원들이 절임배추에 양념을 버무리고있다. 이날 만들어진 김장 김치 3천 포기는 관내 23개 동 취약계층 800세대에 전달된다. 전영호기자 riki17@idaegu.co.kr

 

배추 등 채소류 가격이 지난해보다 안정세를 보였음에도 핵가족화와 식습관 변화, 노동 강도에 대한 부담 등으로 겨울 김장을 하지 않는 가구가 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4인 가족 기준 배추 20포기 김장 비용은 20만1천151원으로 지난해 11월 중순(21만3천3원) 대비 5.6% 하락했다. 배춧값이 10%, 무 값이 24% 낮아지면서 각종 부재료 비용도 함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시민들이 김장을 포기하는 이유로는 1~2인 가구 증가로 대용량 김치 수요가 줄어든 점, 식습관이 한식 중심에서 다양한 메뉴로 확장된 점, 맞벌이·바쁜 생활 속 김장 노동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점 등이 꼽힌다.

주부 이소연(54)씨는 벌써 5년째 김장을 하지 않고 있다. 이씨는 “예전에는 주택에 살아 이웃이나 친척들이 모여 함께 김장을 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아파트 생활이라 장소도 마땅치 않고 그런 분위기 자체가 사라졌다”며 “자녀들도 출가해 집에서 김치를 많이 해봐야 먹을 사람이 없어 마트나 배달로 소량만 사먹는다”고 했다.

직장인 김형준(40)씨도 “작년에 부모님이 해다 주신 김치가 아직도 절반 이상 남아 있다”며 “부모님도 고령이라 힘들어하시고 우리 집에서도 많이 먹지 않아 올해는 아예 김장을 하지 말자고 했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에는 집에서 담근 김치 맛을 구현한 시판 김치가 SNS에서 ‘집김치 대체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어 겨울 김장을 하지 않는 가구가 늘어나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브랜드별 김치 맛을 비교한 후기 영상, ‘우리 집 김장 김치와 가장 비슷한 맛 찾기’ 챌린지 등이 확산하고 있다.

취업준비생 이정아(26)씨는 “친구들이랑 ‘어느 집 김치가 진짜 김장 김치 맛이 난다더라’ 하고 정보를 공유한다”며 “요즘은 유명한 곳은 주문하면 2주 넘게 기다리는 건 기본이라서 김장 대신 ‘예약 경쟁’을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웃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김장은 가족이 함께하던 전통문화였지만 가족 구성 변화와 개인화된 식생활이 이 문화를 빠르게 약화시키고 있다”며 “앞으로는 김치를 대량 보관식이 아니라 수시 구매식으로 소비하는 흐름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빈기자 kyb@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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