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울로 왜냐는 질문을 찾아갔다가
뒷모습의 바다와 마주쳤어요
그도 일렁이는 눈길을 먼 수평선에 묻고는
등으로 발뒤꿈치로 파도가 몇 겹인지 세더군요
멀어서 파도가 사라지는 수평선
마음결도 가라앉히는 안정선이 되죠
부서지는 억겁 물결은 내게 이르러 거품이 돼요
가장자리 내어주는 바닷가
사람의 음역대인 첼로를 연주해요
양팔 벌리고 누구나를 손길로 기억해 내듯
한 음 한 음 단출하고 넉넉히 나눠줘요
울림판을 가슴에 밀착시키고 활을 켜야
제대로 된 음색이 공명하듯 울려 퍼지죠
모래사장에 흐트러진 발자국들 갈피 없어도
푹푹 파인 보폭은 하나같이 짧고 좁아요
발품에 뜸 들이고 낮은 음역대에 귀 기울이면
몸과 영혼이 무거워도 쉬이 따라 걸을 수 있어요
◇윤경재= 2007 만다라문학 등단. 2008 문예사조 등단. 시터 동인. 2018~2021 중안일보 ‘나도 시인’ 시와 해설 연재.
<해설> 시인은 왜냐는 질문을 데리고 한겨울로 찾아간 것이다. 그것도 산이 아닌 뒷모습의 바다였다고 한다? 등과 발뒤꿈치로 바다의 겹을 세고 있는 한 사람 그를 시인은 만난 것이다. 일렁이는 눈길을 먼 수평선에 묻었다는 것은, 바다를 볼 만큼 보고 돌아서는 그였던 것 같은데, 마음결도 가라앉힌 그에게 시인이 던진 말은 “부서지는 억겁 물결은 내게 이르러 거품이 돼요”라는 직관 섞인 말, 사람의 음역대인 첼로를 시인은 그에게서 느끼게 되는데, 양팔 벌리고 누구나를 손길로 기억해 내듯, 한 음 한 음 단출하고 넉넉히 나눠주는 겨울 바다가 된 시인은 누구나 그일 수 있는 독자들을 향해 바다의 목소리로 바다의 말을 전달하고 있다. “모래사장에 흐트러진 발자국들 갈피 없어도/푹푹 파인 보폭은 하나같이 짧고 좁아요//발품에 뜸 들이고 낮은 음역대에 귀 기울이면/몸과 영혼이 무거워도 쉬이 따라 걸을 수 있어요” 라고. -박윤배(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