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찾은 행복](2) 맨발 걷기는 ‘K-문화’ “건강에 좋다” 너도 나도 발벗고 나서…동호회 수백개 활동
[맨발로 찾은 행복](2) 맨발 걷기는 ‘K-문화’ “건강에 좋다” 너도 나도 발벗고 나서…동호회 수백개 활동
  • 유채현
  • 승인 2023.11.0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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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 함께 흙길 걸으며 힐링
인터넷 카페·지인 추천으로 입문
오픈 채팅방 통해 명소 등 공유
쇼핑몰서 전용 양말 잇따라 출시
마사지볼·지압 매트 등도 인기
접지 능력 강화·근육 이완 효과
다시-맨발걷기
한파특보가 내려진 7일 새벽 시민들이 두터운 외투를 꺼내입고 수성못에서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 이지연기자

우리나라 신발의 역사는 산업 흐름과 궤를 같이해 왔다. 고조선의 가죽신과 삼한의 짚신, 개항 이후 고무신에 이어 1970~80년대 본격적인 산업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재료와 형태가 변하다가 운동과학이 집약된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했다. 비약적인 과학 발전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실용화되고 있는 이 시대에,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이 신발을 벗기 시작했다. 역발상을 넘어 인류 본연의 회귀에 가깝다. 값비싼 신발을 아무렇지 않게 벗어두고 맨발로 자연에 들어선다. 한 둘이 아니다. 비가 오거나 심지어 눈이 내리는 날도 마찬가지다. 왜 그들은 맨발을 택했을까.

◇남녀노소 누구나 맨발 걷기 열풍…오픈 채팅이나 동호회도 활발

맨발 걷기 열풍에 나이 제한은 없다. 건강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이들은 어린이부터 80대까지 다양하다.

맨발 걷기 명소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은 인터넷 카페나 지인의 추천을 통해 맨발로 걷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용실, 교회 등 곳곳에서 전해 들은 맨발 걷기 효능에 이끌리듯 입문하게 된 것이다. 그런가 하면 맨발 걷기가 만병통치약이라는 말에 무작정 신발을 벗고 걷는 사람도 있다.

맨발 걷기를 시작한 지 4개월 가까이 됐다는 윤연옥(여·62·대구 달서구)씨는 "맨발 걷기 하는 사람들이 많길래 나도 따라서 신발을 벗어봤다. 예전보다 발이 시원하고 다리가 덜 아픈 느낌"이라며 "수목원에는 흙길도 좋고 황톳길이랑 자갈길도 있다고 같이 걷는 아줌마들이랑 다음에 한 번 만나서 걷기로 했다"고 말했다.

20~30대는 'MZ세대' 명성에 걸맞게 주로 오픈 채팅을 통해 맨발 걷기 정보를 얻었다. 올해 11월 기준 '맨발 걷기'를 주제로 하는 오픈 채팅방은 400여 개를 넘어섰다. 대구에서 맨발 걷기 회원을 모집하는 채팅방도 10개 가량이다.

이 가운데 한 곳은 일명 '온라인 동호회' 방식으로 채팅방을 운영하고 있었다. 해당 채팅방은 공지 기능을 통해 맨발 걷기 명소와 후기를 공유했다. 본인이 원하는 장소를 시간 상관 없이 찾은 뒤 채팅방에 인증 사진과 함께 후기를 공유했다.

이처럼 맨발 걷기에 입문한 사람들은 평일, 주말 상관 없이 맨발로 걷기에 열중이다. 이들은 동호회를 만들어 일정과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걷기 중에 만나 이뤄진 동호회다 보니 정확한 산정은 어렵지만 수백개가 활동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수성못에서 만난 김상훈(47·대구 수성구)씨는 "맨발학교를 수료하고 원하는 사람들끼리 동호회를 만들었다"며 "맨발걷기 용품이나 명소에 대해서 서로 공유도 할 겸 만나서 걷는다. 함께 걸으면 동기부여도 되고 새로운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맨발 걷기 전용 양말, 휴대용 매트도 '필수템'으로

맨발 걷기 열풍이 불자 관련 용품도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단순 지압이나 운동량 증가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는가 하면 '제2의 심장'이라는 발을 건강하게 지키기 위한 목적도 있다.

최근 온오프라인 쇼핑몰은 최근 맨발 걷기 전용 양말 등을 잇따라 출시했다. 땅과 맞닿는 발바닥 부분이 뚫린 채 제작되는 맨발 양말뿐만 아니라 은사로 제작돼 땅의 음이온을 그대로 전달한다는 접지 양말·신발도 등장했다.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시린 발을 감싸기 위해 바닥에 구멍을 낸 보온양말을 신은 사람도 눈에 띄었다.

달서구 주민 이모(30대)씨는 "처음엔 맨몸으로 시작할 수 있다고 해서 맨발걷기를 시작하게 됐는데 막상 걷다보니 용품도 사게 되는 것 같다"며 "나도 사람이다보니 '아이템빨'을 기대하게 된다"고 말했다.

발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동시에 마사지볼이나 지압 매트 등도 떠오르고 있다. 맨발 접지 능력을 강화하거나 근육을 풀어주기 위한 용도다.

맨발 걷기 인증 사진이 올라오는 한 채팅방은 흙길 대신 실리콘 매트에서 찍은 발 사진도 찾아볼 수 있었다. 자극에 익숙해지기 위해 매트를 구매했다는 채팅방 참여자는 "나름 맨발 걷기로 단련된 발인데도 꽤 자극이 있다"며 이용 후기를 공유했다.

맨발로 걸으며 긴장해 피로가 쌓인 발을 풀어주는 마사지볼도 인기다.

맨발 걷기 후 마사지볼을 사용한다는 박정은(여·25·대구 서구)씨는 "맨발 걷기를 한 뒤에도 뻐근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마사지볼을 발로 굴리면서 풀어준다"며 "피가 더 잘 도는 느낌이라 훨씬 개운하다"고 말했다.

유채현기자 yc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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