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與, 국가 미래 위해 단합해야”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 지도부를 향해 보수 통합을 당부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당내 단합을 강조하면서 집권당 대표의 소신을 경계, ‘당정 갈등’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는 정계 복귀를 앞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당내 친윤(친윤석열)계에 힘을 싣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 등은 3일 오후 대구 달성군의 박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았다. 이날 1시간여의 회동에는 신동욱 당 수석대변인, 강명구 비대위원장 비서실장, 최은석 원내대표 비서실장, 유영하 의원이 배석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 대해서는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국론이 분열될 가능성이 있고 대립으로 인해 상황이 매우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이 많이 된다고 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 대표가 경험이 많은 만큼 이 상황을 잘 극복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하셨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을 전제로 한 조기 대선 대비에 대해선 “여러 경우의 수를 말씀하시며 집권당이 한 마음으로 뭉쳐서 어려운 위기를 잘 극복하기를 바란다고 거듭 당부하셨다”고 했다.

신 대변인은 아울러 “(박 전 대통령은)어려울 때는 대의를 위해서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돌이켜보건대 개인의 소신이야 있을 수 있지만 집권당 대표의 소신이 지나쳐서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개인의 행동이 지나치면 상황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집권 여당의원들이 소신을 내세워 행동을 지나치게 하는 것은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 입장을 밝히는 등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온 한동훈 전 대표를 향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이날 회동은 탄핵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 탄핵에 반감을 가진 보수 지지층 끌어안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이 전직 대통령을 잇따라 예방하는 데에는 조기 대선 가능성을 고려해 보수 진영을 향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권 비대위원장과 권 원내대표는 지난달 차례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하기도 했다.

지역의 정계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탄핵을 전제로 한 조기 대선을 준비하기 위한 당내 방향을 제시해 준 것”이라며 “일명 ‘배신자 구도’를 다시 한 번 꺼내든 것으로 현재 여권 잠룡 중 원외 인사인 유승민 전 의원과 한동훈 전 대표를 동시에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기 대선 이후 당권을 쥐고 싶어하는 지도부가 무엇보다 듣고 싶었던 얘기였을 것”이라며 “이번 회동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선방한 것으로 볼 수도 있는 대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