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연구원장
칭화대 출신의 신진기예 야오 순위(姚順雨)가 깃허브(GitHub)에 올린 에세이 ‘후반전(The Second Half)’은 AI 개발자 세계에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야오에 따르면 2025년 4월 현재 AI들의 능력은 8개의 벤치마크 테스트 가운데 7개에서 인간 수준 혹은 인간 이상의 수준에 도달했다. 그 결과 AI 개발의 전반전이 끝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람들은 AI 모델의 발전에 무감각해졌다. GPT5는 엄청나게 성능이 향상되었지만 GPT4를 쓰다가 GPT5를 쓰는 생활인들은 체감적으로 뭐가 더 나아졌는지 잘 모른다.
이제는 후반전이다. 앞으로 AI는 모델의 성능보다 실제 생활에의 적용에 대해 경쟁하게 된다. 진짜 사람들이 사는 세상은 벤치마크 테스트의 수학 문제 같은 정태적 지표가 아니라 상황과 시스템과 매뉴얼이 계속 바뀌는 역동적 지표로 가득 차 있다. 아기의 돌발 행동을 제때 계산하지 못하는 돌봄 로봇은 치명적으로 해로운 행동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이 후반전에 우리 경상북도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미래를 그려야 할까. 그 답은 첫째, 경북이 가진 가장 강력한 자산인 문화와 AI의 융합에 있다. 전 세계를 매료시킨 한류(Hallyu)는 단순한 대중문화도, 문화산업도 아니다. 한류는 ‘한류 출현의 장(場)’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대한 전통문화 잠재력의 장이 있고 그것이 현재의 문화시장에서 현실화된 것이다. 경북은 최초로 민족을 통일하고 천년 왕경을 유지했으며 주자성리학을 발전시키고 한글, 한복, 한지, 한옥, 한식 등 전통 문화를 보존해온 한류 본향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류AI는 경북이 후반전에 집중해야 할 중요한 과업이 된다. 한류AI는 특화 모델이다. 구글의 범용 모델 제미나이가 있지만, 그것을 의료 분야에 전문화시킨 특화 모델 ‘메드젬마(MedGemma)’가 높은 효용성을 인정받았다.
마찬가지로 범용 모델들이 있지만, 한류의 콘텐츠 생성, 콘텐츠 번역, 팬덤 분석, 팬 참여 심화, 지적 재산권 관리, 윤리성 검토 등에 AI 인프라를 제공할 한류 특화 모델이 필요하다. 이 모델은 베트남의 ‘브이팝(V-Pop)’, 말레이시아의 ‘엠팝(M-Pop)’처럼 자국 문화의 세계 시장 진출을 꿈꾸는 많은 개도국들을 위한 한국의 ‘문화 주도형 국제협력 플랫폼’이 될 것이다.
두 번째 해답은 비서구권 언어가 골고루 반영된 초거대 AI 학습데이터에 있다. 지금까지의 AI 개발은 글로벌 빅테크들이 주도하는 범용 AI 모델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그것의 학습데이터는 영어와 영미 서구권이라는 특정 언어, 특정 문화권에 편중된 한계를 지녔다.
그런 의미에서 10조 토큰 규모의 국제 협력 말뭉치 ‘에이펙 코퍼스(APEC-Corpus)’는 경북이 후반전에 집중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과업이 된다. 에이펙 코퍼스는 이러한 한류AI를 데이터로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이다.
2024년 프랑스는 2조 토큰 규모의 ‘커먼 코퍼스(Common Corpus)’를 구축하여 미국 중심의 AI 개발에 대응했다. 한국은 APEC 21개 회원국과 함께 초거대 규모 다국어 말뭉치를 구축하여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문화 다양성을 보존하고 공동의 번영을 이끌어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경북이 진력해야 할 세 번째 답은 제조업 AI이다. 제조업 현장에서 생성형 AI는 생각하고 행동하는 AI가 된다. 즉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연구 개발과 생산의 혁신 파트너가 되는 것이다. 제조업 AI 전환을 할 자금이 부족하고, AI를 훈련시킬 데이터도 부족하고, AI 생산 시스템을 운영할 인재도 부족하다고 한다.
그러나 지자체와 지역이 힘을 모아 데이터 문제부터 풀어간다면 자금과 인재는 시간을 두고 해결할 수 있다.경북은 전통문화와 근대 제조업이 함께 융합된 지역이다. 오랜 문화의 정취와 첨단 산업 기술의 열정이 어우러져 독특한 지역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 미래를 위한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이러한 다층적 유산은 지역이 AI시대에 웅비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된다.
지금이 미래 투자의 기회이다. 경북이 한류 AI와 에이펙 코퍼스, 그리고 제조업 AI를 선도한다면, 그것은 지역을 넘어 한국의 문화 주권과 경제 도약을 확보하는 국가적 진전이 될 것이다.
경북에서 시작되는 혁신적 도전이 전 세계 문화 AI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남기를 기대한다.
유철균 경북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