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 행사 위해 점검 또 점검
행사 당일 발생할 변수 최소화
VIP 객실엔 ‘경주다움’ 담아내
월정교서 ‘5韓’ 주제로 패션쇼
포항·울산과 경제 효과 높이기
시민 적극 참여로 세계인 맞이

주낙영-경주시장2
주낙영 경주시장은 “이번 APEC 정상회의는 경주가 세계 무대 중심으로 도약하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주에서 열리는 2025 APEC 정상회의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지난해 6월 개최지가 확정된 이후 경주시는 인프라 조성과 문화외교, 보안·의전, 지역 상생, 사후 전략까지 모든 분야를 총동원해 준비에 몰두해왔다.

특히 김민석 국무총리가 한 달여 사이 세 차례나 경주를 찾아 현장을 직접 점검하며 중앙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면서 준비 분위기는 한층 고조되고 있다. 경주시는 “시간이 곧 경쟁력”이라는 신념 아래 단 하루도 허투루 쓰지 않고 매 순간을 쌓아가고 있다. 주낙영 경주시장을 만나 구체적인 준비 상황과 앞으로의 비전을 들어봤다.

◇준비 상황과 개최 전략

주 시장은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는 120억원을 투입해 전면 개·보수 중이며 현재 약 74% 공사공정률을 보이고 있다”며 “정상회의장과 수행원 라운지, VIP 회담장까지 기능별로 최적화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미디어센터 역시 공정률 83%를 넘어섰다. 실시간 다국어 송출, 8K 화질 중계, 메타버스 연동 보도 시스템까지 갖춘 차세대 미디어 환경을 구현해, 전 세계 21개국 언론인들이 현장에서 곧바로 보도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고 있다.

그는 “9월 말까지 모든 공정을 마무리하고, 10월 한 달을 ‘완성의 시간’으로 정해 시운전과 리허설, 보완 작업을 집중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셔틀버스 노선 검증, 통역 배치, 의전·경호 시뮬레이션, IT 보안 점검까지 병행해 행사 당일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국제행사인 만큼 세부 공정 하나하나에 행정력을 쏟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의 전경
2025 APEC 정상회의 주 회의장으로 사용될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의 전경.

◇보안과 의전 준비

세계 정상들이 동시에 머무르는 만큼 보안과 의전 준비는 한층 세밀하다. VIP 숙소는 총 35개를 확보했으며 단순한 숙박 공간이 아니라 국가별 문화와 종교, 식습관까지 반영해 맞춤형으로 설계됐다. 일부 객실에는 한옥 인테리어와 한지 조명, 신라 금관을 모티브로 한 장식품이 배치돼 ‘경주다움’을 담아냈다.

동선 관리도 치밀하다. 회의장·숙소·행사장 간 동선을 보안 구역과 일반 구역으로 완전히 분리해 동시에 이동이 가능하도록 설계했으며 차량·도보·비상 헬기 경로까지 시뮬레이션을 마쳤다. 주 시장은 “각국 경호기관과 협력해 다층적 보안 체계를 마련한 상태로, 안전과 품격을 동시에 갖춘 행사를 치르겠다”고 강조했다.

의전 역시 정상별 입장 동선, 기념촬영 위치, 서명 순서, 만찬 좌석 배치까지 수십 차례 리허설을 거쳤다. 경찰청과 국정원, 국무총리실 TF는 물론 군·소방·응급의료기관까지 통합 대응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문화외교 전략

경주가 준비하는 문화외교 전략의 핵심은 K-MISO CITY 프로젝트다. ‘My Innovative Smart Open City’를 뜻하는 이 프로젝트는 친절문화 확산, 다국어 안내체계, 공공디자인 개선, 관광 편의시설 현대화 등을 통해 경주의 환대 역량을 끌어올리는 장기 비전이다.

이번 회의 기간에는 경주의 문화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다양한 콘텐츠가 세계 무대에 선보인다. 회의장과 숙소 인테리어에는 신라 금관, 천마도, 석굴암 부조 등 문화유산 모티브가 적용됐다. 환영공연은 퓨전 국악과 탈춤, 미디어아트가 어우러진 융합 무대가 될 예정이며, 보문호에서는 드론과 레이저, 파사드 영상이 결합된 멀티미디어 아트쇼가 밤하늘을 수놓는다.

또 월정교에서는 한복·한식·한옥·한글·한지 등 ‘5韓’을 주제로 한 한복 패션쇼가 열린다. 만찬장에는 향토 음식과 전통주, 신라 유물 전시가 어우러져 세계 정상들이 ‘오감으로 느끼는 경주’를 경험하게 될 예정이다. 주 시장은 “문화외교를 통해 단순한 개최 도시가 아니라, 세계인들이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기억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상생과 경제 효과

경주·포항·울산은 해오름동맹을 통해 이번 APEC에 공동 대응하고 있다. 포항은 철강·이차전지·소재산업 중심의 산업시찰 코스를, 울산은 조선 해양·수소·친환경 산업 현장을 공개한다. 경주는 역사문화 콘텐츠를 담당하며, 해외 경제인들이 세 도시를 함께 경험하면서 대한민국 제조업의 경쟁력과 문화적 깊이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문화행사도 세 도시가 힘을 모은다. K-POP 공연, 한식문화페스티벌,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마련되며 이를 통해 동해남부권 전체가 세계 무대에 서는 기회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정상회의에는 각국 정상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인과 경제사절단이 대거 방문한다. 주 시장은 “이는 경주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기회를 넘어 산업적 잠재력과 투자 환경을 직접 소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보문관광단지와 신성장산업단지를 중심으로 MICE, 관광, 제조업을 아우르는 산업시찰 프로그램을 마련해 해외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경주가 단순한 관광도시를 넘어 글로벌 비즈니스 거점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며 “외국인 투자 유치, 청년 일자리 창출, 지역 중소기업 해외 판로 개척 등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성과를 반드시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시민 참여와 협력

세계가 주목하는 국제행사의 성공은 결국 시민들의 참여와 협력에 달려 있다. 현재 경주에서는 자원봉사단과 통역 봉사단이 운영되고 있으며 행사 기간 동안 교통 안내, 질서 유지, 안전 지원 등에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숙박업소, 음식점, 교통업계 종사자들도 손님맞이 서비스 개선에 동참하고 있으며, 학교·대학·청년단체는 외국인을 위한 문화 체험과 환영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지역 상인들 역시 친절 캠페인과 가격 안정 노력에 나서고 있다. 주 시장은 “시민 한 분 한 분이 외교관이라는 마음으로 손님을 맞이한다면 그 자체가 가장 큰 성공 요인이 될 것”이라며 “시민 모두가 세계인을 맞이하는 자부심을 느끼고 ‘시민이 함께 만든 국제행사’라는 평가가 남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APEC  이후 경주시의 과제

MICE 산업을 새 성장축으로

스마트 관광 인프라 확충 추진

◇APEC 이후 경주의 비전

주 시장은 APEC을 일회성 행사로 보지 않는다. 그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경주가 국제회의 복합지구로 지정되면, MICE 산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디지털 문화유산 세계화,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 스마트 관광 인프라 확충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문화재 안전 관리도 중요한 과제다. 최근 석굴암 진입로 사면이 붕괴되는 사고가 있었으나 문화재청·국립공원공단·경주시가 합동으로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 시장은 “APEC 이전까지 1차 정비를 완료하고 장기적으로 안정적 유지관리 체계를 마련하겠다”며 “문화재 안전이 곧 경주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경주는 천년 신라의 수도이자 평화의 정신이 살아 있는 도시”라며 “이번 APEC 정상회의는 경주가 세계 무대 중심으로 도약하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완벽한 개최’에 그치지 않고 그 성과를 경주의 미래 발전 전략과 연결해 나가겠다”며 “시민들도 자부심을 갖고 함께 힘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린다. 이번 행사는 경주와 시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영준기자 ayj1400@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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