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자원 많지만 경쟁력 없어
박, 통산 1천경기 치른 베테랑
‘안방 마님’ 강민호 부담 덜고
백업 포수들 경쟁심 자극 기대
장타력·수비력 갖춘 점도 주목

삼성 라이온즈가 안방의 ‘풍요 속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베테랑 포수 박세혁(35)을 트레이드로 전격 영입했다.
삼성은 25일 NC 다이노스에 2027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을 내주는 대신 반대 급부로 포수 박세혁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2012년 고려대를 졸업하고 5라운드(전체 47번)로 두산에 입단한 박세혁은 2023시즌을 앞두고 FA로 NC와 4년 46억원 계약을 맺었다.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상태에서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된 것. 그는 프로 통산 1천경기를 치른 베테랑 포수다. 구단 내부에선 포수진 전력 강화와 함께 후배 포수들의 멘토 역할을 해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리그 전반적으로 포수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삼성은 장타력과 수비력을 갖춘 자원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번 영입으로 삼성의 스토브리그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수 년간 안방을 지켜온 강민호가 FA 자격을 얻어 협상 중인 가운데 이뤄진 포수 영입이기 때문. 앞서 삼성은 2차 드래프트에서도 두산으로부터 장승현을 영입한 바 있다. 이 탓에 일각에선 삼성이 강민호와의 계약 의지가 약하거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구단은 이 같은 의혹에 선을 그었다. 이종열 삼성 단장은 “아직 계약이 체결된 것은 아니지만, 구단은 강민호가 아직 우리 선수라고 생각하고 있다. (강민호와) 계약을 하지 않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리그 전반적으로 포수 자원이 부족한 가운데 박세혁 영입은 팀에 보탬이 될 수 밖에 없다. 내년에 강민호와 박세혁 두 베테랑이 안방을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의 안방 강화는 필연적이다. 올 시즌 삼성에서 한 번이라도 포수 마스크를 쓰고 수비를 한 경험이 있는 선수는 강민호(876.2이닝), 이병헌(184이닝), 김재성(176이닝), 김도환(31이닝), 박진우(1이닝) 등 5명. 주전 강민호가 불혹에 접어들었지만, 대부분의 경기를 소화할 수 밖에 없었다. 포수 자원들은 많았지만 1군 무대에서 경쟁력을 보인 자원이 전무하다시피 했기 때문. 자원들은 적지 않지만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점에서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상태인 셈. 이런 상황에서 한국 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는 베테랑 박세혁의 합류는 강민호의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아직 성장이 필요한 백업 포수들의 경쟁심을 자극할 수 있는 ‘묘책’이 될 수 있다.
삼성은 이전에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여준 적이 있다. 4년전 겨울, 삼성은 FA 신분의 강민호와 협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NC로부터 트레이드로 베테랑 포수 김태군을 영입한 바 있다. 삼성 관계자는 당시 “김태군을 강민호의 대체자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두 선수가 번갈아 출전하게 되면 체력 안배가 되면서 두 선수 모두 경기력이 상승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의 이번 트레이드가 다가오는 시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석지윤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