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편리함의 덫…‘언택트’ 시대, 사람이 사라진다
지나친 편리함의 덫…‘언택트’ 시대, 사람이 사라진다
  • 조재천
  • 승인 2020.01.02 2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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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사회의 명암 - (1)피할 수 없는 변화
빅데이터·AI·클라우드 기반
산업경계 허물어지고 융합
바깥에서 집안 조명 끄고
난방 조절하는 등 편의 누려
점원 대신 일하는 ‘키오스크’
사람 접촉 없이 손가락으로 주문
“대인관계 스트레스 줄어 좋아”
사업자 선호도도 증가세 보여
이면엔 일자리 감소 문제
신년특집-1-키오스크
2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방문객이 키오스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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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주문 앱 사이렌 오더.

초연결 사회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초연결 사회를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는 사회를 초연결 사회라고 한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연결된다는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를 이어 주는 통신 기기는 유선 전화가 유일했다. 눈부신 발전으로 작금의 현실을 맞았고, 우리는 상상하지 못한 편리함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을 뒤집어 보면 예상되는 문제도 적지 않다. 아날로그적 가치의 급속한 상실과 디지털 문맹의 파생이 단적인 예이다. 초연결 사회의 명과 암이 주는 더 깊은 고민은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디지털 격차’ 사회의 도래에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밀려드는 초연결 사회의 물결은 이제 피해갈 수 없는 이 시대의 일상이 되고 있다.(편집자 주)

◇ ‘초연결’은 이 시대 최대 화두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 수가 30억 명을 돌파했고, 이동 통신 가입자 수는 70억 명에 달한다. 얽히고 설킨 다양한 망속에서 우리는 이미 서로 연결돼 살아가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물리적으로 아무리 멀리 떨어진 사람과도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다. 우리 삶은 모바일, 빅데이터,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기술과 함께 ‘초연결 사회’라는 이름으로 대변화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다보스포럼, MWC(세계모바일전회), CES(세계가전박람회)에서는 이 시대 최대 화두로 ‘초연결’을 지목했다. 초연결 사회에서는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융합되는 등 사회, 문화, 경제 등 영역에서 변화의 물결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는 2025년 약 1조 개의 센서가 인터넷에 연결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미 우리는 바깥에서 집안 조명을 끄고, 또 난방 온도를 조절한다. 초연결 사회에서 우리는 다양한 영역에서 더 많은 편의를 누리게 된다.

2018년 11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지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대규모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 이 여파로 서울 5개 구와 경기 고양시 등지에선 휴대 전화와 인터넷, 카드 결제 단말기가 먹통이 됐다. 갑작스러운 통신 장애로 당황한 이들이 많았고, 지역 상점은 카드 결제가 막히면서 영업에 차질을 빚었다.

하지만 통신 장애로 잊고 있던 가치를 재발견한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스마트폰이나 TV 연결이 안 되면서 가족과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해 좋았다”거나 “불편하기는 했지만 오히려 묘한 해방감이 들었다”고 했다. 연결 사회에서 누리는 편리함 이면에는 과도한 연결에서 오는 불편함이 따른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이 모습은 초연결 사회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인간 중심의 초연결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선 인간의 존엄과 가치 존중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관련 기술은 인간이 통제하고 제어할 수 있어야 하며, 인간의 윤리적 가치를 벗어나지 않도록 연구·제작·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야기할 비도덕성, 차별성 등 역기능도 초연결 사회에서 우려되는 부작용으로 지적된다.

조슈아 쿠퍼 라모(Joshua Cooper Ramo)는 ‘제7의 감각, 초연결 지능’에서 “과거보다 훨씬 더 빠르고 똑똑한 연결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매우 흥미진진하지만 지독하게 불안정한 세상에서 살게 됐다”며 “우리는 스마트폰과 꺼지지 않는 통신 기기 덕분에 가장 편리하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오히려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얽매이게 된다”고 했다.

◇ 사물 인터넷 기반 시장 선점에 나선 기업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세계는 ‘초연결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센서와 모바일, 클라우드, 빅데이터, 사물 인터넷은 초연결 사회를 구성하는 것으로 논의되는 대표적 기술들이다. 특히 모든 사물이 연결돼 시너지를 발휘하는 사물 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기술은 우리 일상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있다. 세계적 기업들은 이미 IoT 기술의 최전선에서 시장 선점에 나섰다.

IoT는 모든 사물을 연결해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간 정보를 공유하는 기술을 말한다.

박한우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거실의 TV와 셋톱박스가 인공지능 스피커의 명령에 따라 작동하는 모습이 사물 인터넷의 대표적인 사례”라며 “이제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건들까지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어 중요한 기술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기업들은 IoT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조직을 밑바닥부터 뜯어고치고 있다. 미국의 구글 사는 32억 달러(약 3조4천억 원)를 들여 IoT 기업을 인수했다. 자사의 디지털 기술력을 접목해 글로벌 IoT 시장 탈환에 나선 것이다.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 창업자는 “전 세계의 정보를 연결해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접근하고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밝히기도 했다.

loT 기술 확보에 무게 중심을 둔 다른 세계 초거대 기업들도 관련 상품 출시로 시장 선점에 나섰다. 미국의 아마존 사는 IoT 기반 홈 서비스 기기를 출시, 전 세계 홈 서비스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또 테슬라는 차량 내장 IoT 소프트웨어로 자동차를 원격 수리하는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은 변화를 지나치지 않고 과감하게 선점한다. ‘사이버 펑크’라는 새로운 SF 장르를 개척한 미국의 소설가 윌리엄 깁슨은 “미래는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다. 다만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라고 했다. 초연결 사회를 앞두고 일어나는 변화는 누군가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 IDC 보고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IoT 시장 예상 규모는 7천450억 달러(약 835조 원)로, 한국은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다섯 번째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혁명은 우리 주변에서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많은 것들이 변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가 하나둘 눈앞에 나타나고 있다.

◇ 초연결 사회의 신조어 ‘언택트(untact)’

패스트푸드점에 들어선 A 씨는 아무 말 없이 키오스크 앞에 선다. 누군가가 말을 걸지도, 그가 말할 필요도 없다. 주문과 결제를 마친 A 씨는 식사 중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 사이 B 씨는 키오스크 대신 계산대 앞에서 음식을 주문한다. B 씨는 점원과 포장이나 적립 여부 등 대화를 주고받은 뒤 주문한 음식을 받는다.

손가락 하나만 까딱 하면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시대다. 1인 가구가 늘고 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하면서 ‘언택트(untact)’가 신조어로 떠올랐다. 접촉을 의미하는 콘택트(contact)를 바꿔 만든 말로, 사람과 접촉을 최소화한 채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을 의미한다.

패스트푸드 사 맥도날드는 지난 2015년 서울 신촌점에 키오스크를 들였다. 젊은 층 사이에서 돌풍을 일으킨 키오스크는 2017년 전국 맥도날드 200여 매장에 도입됐다.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는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주문하는 방식으로 키오스크와 마찬가지로 점원과 대화 없이 주문이 가능하다. 스타벅스 코리아에 따르면 전체 매출의 약 10%가 사이렌 오더로 발생한다고 한다.

키오스크, 스마트폰 등 기술의 발전은 언택트 확산에 기틀을 만들었다. 혼자 사는 가구가 늘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면서 대인 관계에서 오는 피로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언택트가 젊은 층에서 큰 지지를 얻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패스트푸드점을 방문할 때 키오스크만 이용한다는 직장인 A(34) 씨는 “이전에는 할인 쿠폰을 쓰거나 소액 결제를 할 때 나도 모르게 불편한 경우가 있었다”며 “하지만 키오스크 이용 후에는 눈치 보지 않고 결제할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직원을 고용하기보다 무인기를 선호하는 사업자도 크게 늘었다.

강보현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규모 자본의 사업자는 키오스크 등 무인기를 쓰는 것이 직원 고용보다 비용 절감에 있어 낫다고 판단한다. 또 사회가 수직 문화에서 수평 문화로 바뀌다 보니 직원을 고용했을 때 맞닥뜨릴 스트레스 문제도 둘 중 무인기를 선택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언택트 확산 현상의 이면에는 인간의 일자리 감소 문제가 존재한다. 사람의 기술과 감성이 필요한 분야가 점차 줄어들고 그 자리를 기계가 대신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일자리 감소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마련한 뒤 무인기 설치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세대 간 디지털 격차 문제도 제기된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가 발표한 ‘무인화 추세를 앞당기는 키오스크’ 보고서에 따르면, 키오스크가 편리하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대기 시간이 짧아서’를 꼽은 응답자가 87%를 차지했다. 하지만 키오스크가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에서 ‘처리 시간이 더 걸려서’가 74%로 나타나 디지털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실정이다.

조재천기자 cjc@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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