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 미술관’서 향유하는 간송의 문화보국 정신…서울 간송미술관의 첫 분관 ‘대구간송미술관’
‘가장 한국적 미술관’서 향유하는 간송의 문화보국 정신…서울 간송미술관의 첫 분관 ‘대구간송미술관’
  • 황인옥
  • 승인 2024.09.0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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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연구 바탕 다양한 전시 예고
중·남부지역 거점 미술관 자신감
새 문화유산 발굴·보존 힘 보태
대구간송미술관외부전경
대구간송미술관 외부 전경. 김용관 제공

대구간송미술관이 개관전을 시작으로 대구 시대를 개막했다. 대구간송미술관이 ‘국채보상운동’의 시작점이자, ‘한국 근대미술의 발상지’인 대구에서 지난 3일 개관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이로써 간송 전형필의 문화보국 정신을 대구에서 이어가게 됐다. 대구간송미술관은 향후 지역민들이 우리 문화를 쉽게 향유하고, 문화보국 정신을 연결·확장하는 공간으로 기능을 하게 된다. 대구간송미술관 전인건 관장은 “대구간송미술관이 우리 문화의 우수성과 가치확산에 기여하는 한편 대구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중·남부지역에 문화적으로 공헌하는 미술관으로 거듭나고자 한다”며 대구간송미술관에서 녹여낼 방향성을 설명했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의 유일한 상설 전시 공간

간송과 대구의 만남은 2016년에 시작됐다. 간송미술문화재단과 대구시가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운영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미술관 설립을 추진했다. 착공은 2022년 1월에, 준공은 올해 4월에 났다. 총 사업비는 446억원이다.

대구간송미술관은 연면적 8천3㎡ 규모로 △지하 1층에 전시실(2개소) 및 수공간(야외), △지상 1층에 전시실(4개소)과 보이는 수리복원실, 간송 아트숍, 강당 및 휴게시설, △지상 2층에는 매표소와 아카이브집(도서자료실), 강의실, 박석마당(야외) 등으로 구성됐다.

대구간송미술관은 1938년 보화각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한 서울 간송미술관의 첫 분관이자 간송미술문화재단의 유일한 상설 전시공간으로 기능하게 된다. 간송 선생이 문화보국 정신으로 수집한 문화유산과 그 가치를 소개하고, 우리문화와 전통에 대한 현재적인 담론을 지역과 세대의 경계를 넘어 미래세대와 함께 풀어가는 미술관으로 운영하게 된다.

대구간송미술관은 간송미술문화재단의 유일한 상설 전시공간으로 간송미술관이 지난 50년 동안 다뤄왔던 다양한 콘텐츠와 연구 주제를 토대로 다채로운 전시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지속적인 연구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등 우리 문화의 우수성과 가치확산에 기여하고, 대구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중·남부지역에 문화적으로 공헌하는 미술관으로 거듭나게 된다.
 

전통적 건축요소 다양하게 구현
간송의 숭고한 신념 오롯이 담아
관람객에 수리복원실 현장 공개

◇자연과 어우러지는 가장 한국적인 미술관, 대구의 새로운 문화예술 랜드마크

개막과 함께 선보인 대구간송미술관은 자연과 어우러지는 가장 한국적인 미술관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간송 전형필 선생의 굳건한 정신과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숭고한 신념이 건축물에 담겨졌다. 무엇보다 미술관 주변의 자연을 차경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이 한국 전통 건축과 닮아있었다.

대구광역시는 대구간송미술관을 대구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국가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건축물을 구현하는데 목표를 두고, 지난 2020년 국제 설계공모를 실시했다. 세계 유수의 건축가들이 응모한 가운데 연세대 최문규 교수와 ㈜가아건축사사무소가 응모한 작품이 최종 선정됐다.

대구간송미술관 설계에는 간송의 문화보국 정신과 자연과 어우러지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담겼다. 설계를 담당한 최문규 교수는 “가장 암울했던 시기 시대적 비극을 이겨낸 간송 전형필 선생의 굳건한 정신과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숭고한 신념을 미술관 입구 아름드리나무 기둥과 미술관 곳곳에 위치한 소나무를 통해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구현하기 위해 계단식 기단, 터의 분절 등 전통 건축요소의 접목은 다양하게 구현됐고, 예부터 사용해 온 재료를 사용해 자연훼손도 최소화했다. 팔공산, 대덕산을 품고 있는 박석마당과 한국적 정원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수공간을 더해 가장 한국적인 미술관을 구현했다.

◇‘영남권 지류문화유산 수리복원 허브’, 간송의 독보적인 전문성을 기반으로 지역에 공헌하고 소통하는 계기 마련

대구간송미술관은 대구를 비롯한 영남 지역과의 상생에도 역점을 기울이게 된다. 간송미술관이 반세기 이상 축적한 지류문화유산의 수리복원 기술과 노하우를 지역사회를 위해 적극 활용해 ‘영남권 지류문화유산 수리 복원 허브’로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간송미술관이 가진 문화유산 수리와 보존, 그리고 연구에 대한 오랜 현장경험을 유림(儒林)의 본고장인 대구·경북과 영남지역을 위해 활용할 예정이다.

또한 미술관 1층에 위치한 ‘보이는 수리복원실’ 운영을 통해 관람객이 실제 수리복원에 사용되는 도구와 재료, 수리 복원의 과정을 확인하고, 전문 학예사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지류 문화유산 수리복원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관람객에게 제공하게 된다.

특히 유소년과 청소년 시절부터 어르신 세대에 이르기까지 스스럼없이 찾아와 새롭고 즐거운 경험을 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미술관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김득신 '긍재전신첩 : 야묘도추'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김득신 '긍재전신첩 : 야묘도추'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12월 1일까지 개관전 ‘여세동보’
훈민정음 해례본에 미인도까지
국보·보물 97점 한번에 총출동

◇개관기념 국보·보물전‘여세동보(與世同寶) - 세상 함께 보배 삼아’ 국보·보물 40건 97점 소개, 역대 최대 규모

12월 1일까지 열리는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전 ‘여세동보(與世同寶) - 세상 함께 보배 삼아’에선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최고의 국보·보물들을 소개한다.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신윤복의 ‘미인도’(보물)를 비롯해 간송 컬렉션을 대표하는 국보와 보물 40건 97점을 소개하고 있다. 간송미술관이 개최한 역대 전시 중 최대 규모의 국보와 보물이 출품됐다.

개관전 전시 제목 ‘여세동보(與世同寶)’는 위창 오세창(吳世昌, 1864~1953) 선생께서 보화각 설립을 축하하며 지은 정초명(定礎銘)에서 빌려온 것으로 ‘세상 함께 보배 삼아’라는 뜻이다. 간송이 문화보국 정신으로 수집한 문화유산들을 세상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개관의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전시 제목으로 삼았다.

이번 전시는 특정한 주제를 정하고 작품을 소개하기보다는 작품 하나하나가 보배라는 점에 중점을 두었다. 이를 위해 총 4개의 전시실을 마련하고 실별로 차별화된 공간을 구성했다.

먼저 전시실 1에선 간송 전형필이 비교적 초창기에 수집한 회화들이 소개된다. 산수, 인물, 풍속 등 다양한 장르의 회화와 조선 문예를 대변하는 전적(典籍)들이 관람객과 만나고 있다. 검은 비단에 금니(金泥, 아교에 개어 만든 금박 가루)로 그린 이정의 대나무, 정선·심사정의 산수화, 김홍도의 고사인물화, 신윤복·김득신의 풍속화 등의 회화작품들이다. 회화와 함께 ‘금보(琴譜)’(보물) 등 조선의 학술과 문화를 대변하는 세 권의 책도 함께 전시된다. 출품작들은 조선시대 문화와 예술 전반을 조망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자료이자 국가적 유산이다.

신윤복의 미인도가 전시된 대구간송미술관 전시실2 전경 . 2024 김용관 제공
신윤복의 미인도가 전시된 대구간송미술관 전시실2 전경 . 2024 김용관 제공

 

전시실 2에선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고미술품 중 단연 으뜸인 신윤복의 ‘미인도’를 특별한 방식으로 만난다. 오직 ‘미인도’만을 위해 조성된 별도의 공간에서 소수의 인원이 독대하듯 작품을 감상하도록 기획됐다. 특별히 연출된 조명과 음악은 작품을 감상하는 내밀한 분위기를 제공하며, 부가적인 설명과 안내 대신 작품 속 제화시와 인장만을 감상과 이해의 소재로 제시했다.

전시실 3에선 한글의 창제원리와 용례를 담고 있는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훈민정음 해례본’ 진본이 공개된다. 서울 간송미술관이 아닌 외부 장소에서의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 전시가 전부다. 이번 전시에선 현대미술 작가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훈민정음이 가지는 애민정신을 강조하고 문자에 대한 배리어프리를 확장한다.

김정희  '대팽고회'.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김정희 '대팽고회'.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전시실 4에선 삼국시대부터 조선에 걸친 불교미술과 도자기, 그리고 서예 작품들의 숭고한 아름다움을 소개한다. 전시실 초입에 추사 김정희의 글씨와 그림이 설치됐는데, ‘난맹첩’(보물)의 묵란화 네 점과 추사체의 정수를 보여주는 서예 작품들이다.

서예 전시를 지나면 간송의 컬렉션을 대표하는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국보), ‘청자상감연지원앙문정병’(국보)을 감상하게 된다. 유려한 곡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병(甁)류 이외에도 ‘청자기린유개향로’(국보), ‘청자오리형연적’(국보), ‘백자사옹원인’(보물) 등 다양한 쓰임을 위해 섬세하게 제작된 각기 다른 형태의 도자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전시실 5에선 조선의 대표화가, 대표작품을 실감영상으로 구현하다. 실감영상전시 ‘흐름·The Flow’는 정선, 김홍도, 신윤복, 이인문 등 조선화단을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을 재구성해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고, 지나가는 하루의 시간을 영상으로 담아낸다.

대수장가, 연구자, 예술가, 교육자 등 간송의 면모를 보여주는 유작 26건 60점을 만난다.‘이현서옥(梨峴書屋)’, ‘옥정연재(玉井硏齋)’, ‘보화각’ 총 3개로 나눈 구역에서 간송의 삶과 정신을 엿보는 작품들과 영상이 펼쳐진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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