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언할 수 없는 오묘한 풍광에 피로 ‘싹’
형언할 수 없는 오묘한 풍광에 피로 ‘싹’
  • 박윤수
  • 승인 2019.05.1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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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롤 유황소금사막
길, 이정표 없어 투어만 가능
황토먼지 덮어쓴 누런 사막에
유황가스 때문에 굳은 소금물
분출하는 유황, 낯선 웅덩이 色
처음보는 오묘한 풍경에 매료
거칠었던 여행 보상받은 기분
달롤6
다나킬투어의 백미인 달롤 유황소금지대. 지하의 유황가스가 품고 올라오는 소금물이 농축돼 기묘한 형태와 색채를 보여준다.

 

박윤수의 길따라 세계로 아프리카 3,  달롤 유황소금사막-랄리베라

도돔(Dodom)의 베이스캠프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10시 30분쯤 소금호수로 출발했다. 화산지대를 벗어나는데 1시간, 사막지대를 지나는데 1시간, 포장도로를 따라 또 1시간, 약3시간이 지나 오후 1시 반경 소금호수인 아프레라(Afrera lake)에 도착했다. 이 호수는 염분농도가 높아 사해처럼 호수에서 책을 읽는 포즈를 취할 수도 있었다. 바다가 없는 내륙국인 에티오피아에서는 호수의 물을 끌어올려 염전에서 소금생산을 한다.

소금호수의 해수욕(?)을 마친 후 인근 식당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아발라(Abala)의 게스트하우스로 약 세 시간 정도 이동하여 여장을 풀었다. 해가 지기 전 먼지 풀풀 날리는 골목길의 가게에 앉아 동네 꼬마들의 재롱도 보고 커피 한잔과 맥주 한잔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작은 시골마을의 게스트하우스는 상수도시설이 열악해 제대로 씻기도 힘들다. 수도꼭지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로 양치질만 겨우 하고 미리 준비한 물휴지로 손발과 얼굴을 닦았다. 매트리스만 깔린 8인실 숙소에서 잠을 청한다.

다나킬 투어 3일차 새벽 4시 30분, 기상과 동시에 짐을 챙겨 차에 몸을 싣는다. 두 시간여를 달려 소금사막의 입구마을인 베르할레(Berhale)라는 곳에서 아침을 먹고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달롤(Dallol) 유황소금사막으로 향했다. 지난 저녁시간 다나킬투어에 대한 실망으로 가이드에게 불평을 늘어 놓았었다. 그는 마그마도 못보고 대여섯시간씩 이동에 지친 우리들에게 오늘은 최고의 풍광을 볼 수 있다고 다독였었다.

소금기둥
다나킬투어의 백미인 달롤 유황소금지대. 지하의 유황가스가 품고 올라오는 소금물이 농축돼 기묘한 형태와 색채를 보여준다.

오전 8시 홍해 해수면 보다 110m나 낮은 광활한 소금사막에 들어선다. 머리속에서 상상했던 소금사막이 아니다. 남미 볼리비아의 우유니사막처럼 새하얀 소금사막을 기대 했었는데 누런 황토먼지를 덮어쓰고 있는 사막이다. 차에서 내려 하얀 결정체를 입에 넣어보니 소금이 맞긴하다. 얕은 소금언덕을 가로질러 달롤 유황소금지대에 들어섰다. 주차를 하고 10여분 걸어가니 유황냄새가 코를 찌른다. 얼른 마스크를 하고 걷는다. 갑자기 상상할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나타난다. 이제껏 볼 수 없었던 풍광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유황가스 분출과 소금결정체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색깔들.

유황냄새를 피해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걸어간다. 형형색색 어떻게 이런 색을 낼 수 있는지 자연의 오묘함은 인간의 머리로는 따라갈 수 없다. 지하의 유황가스가 품고 올라오는 소금물이 농축되고, 응고되어 나타나는 기묘한 형태들,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색감의 웅덩이, 유황의 결정체와 어우러진 소금덩이들, 시간이 허락된다면 이곳에 앉아 석양의 노을빛에 물들어가는 풍경, 그리고 일출 때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다. 이곳은 자유여행으로는 접근이 불가한 곳이다. 길도 없을뿐더러 이정표 또한 없다. 수천만 평이 됨직한 소금사막의 한 귀퉁이를 찾아올 재간이 없는 곳이다. 다나킬 투어의 백미는 이곳 달롤 유황소금지대이다. 물론 에라타 알레(Erta Ale)화산의 마그마를 보았으면 또 다른 느낌을 가졌겠지만, 천상의 그림 속에 있는 듯한 비현실적인 나를 느끼게 하는 곳이었다. 2박3일의 거친 광야와 유황가스 가득한 곳에서의 노숙과 청결하지 못한 잠자리, 장시간 화산재로 덮힌 비포장도로에서의 피로 등을 잊게 만들어준 마법과도 같은 경험이었다.
 

소금기둥
소금기둥.

한시간 여를 거닐었다. 아쉬움을 남기고 차로 돌아와 10여 분을 달려 소금으로 이루어진, 폐허가 된 토성 같은 곳으로 갔다. 조금 전 컬러풀한 광경에서 갑자기 무채색의 소금과 황토로 이루어진 기암괴석들을 보며 조금은 시큰둥해진다. 하나하나가 작품인데도 조금 전 유황소금지대의 광경이 머리속을 채우고 있어 감흥이 일지 않는다.
 

아쌀소금호수
아쌀 소금호수.

 

소금사막 아쌀 호수
발목까지 물이 차는 얕은 호수

볼리비아 우유니보다 2%부족 

달롤을 떠나 소금 채취과정을 볼 수 있는 소금광산으로 갔으나 가는 날이 장날, 소금캐는 인부들의 휴무일이라서 소금채취 광경과 캐낸 소금을 운반하는 낙타 캐라반은 볼수없었다. 다시 차를 돌려 누런 소금사막을 가로 질러 소금사막의 끝단 아쌀(Assal)호수로 가본다. 발목을 적실 수 있는 얕은 소금호수이다. 이곳은 하얀 소금밭이 난반사를 일으키며 우유니처럼 착시 현상도 일으키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하늘과 호수면이 맞닿는 장면을 연출하기에는 2% 부족한 짝퉁 우유니 소금사막이었다.

소금사막을 벗어나 아침식사를 한 곳으로 돌아와 오후 1시 30분경 점심식사를 한다. 다나킬 투어의 일정이 모두 끝났다. 활화산의 마그마를 못 본 것이 아쉽지만 유황소금지대의 황홀한 풍경을 두눈으로 보며 가슴으로 느껴본 것만으로도 만족이었다. 메켈레로 돌아오는 길은 다시 수면아래의 높이에서 2천m를 넘는 고지대로의 이동이다. 약 네시간의 이동으로 선선한 바람으로 가을 느낌을 주는 메켈레(Mekelle)로 돌아왔다. 여행사에 맡겨둔 짐을 찾고, 내일 아침 다음 목적지인 지하에 지어진 암굴교회로 유명한 종교의 성지 랄리베라(Lalibela)로 가는 택시를 예약(100$)했다. 숙소 엘케이펜션(LK pension)으로 이동하여 짐을 풀고 먼저 샤워부터 했다. 2박3일간의 피로를 씻어 버리고 택시(30Br)를 타고 메켈레에 도착한 첫날 식사한 카리부키친(Karibu Kichen)식당으로 가서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좋다는 피자와 야채스프, 치킨, 맥주를 시켜 저녁(780Br)을 먹었다. 그리고 내일 아침식사로 햄버거를 포장해 나왔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해가 진 저녁거리는 한기가 느껴지면서 춥다. 2박3일간의 강행군으로 피곤해진 몸 때문인지 목이 잠기며 목감기가 오려고 한다.

새벽 5시경 일어나 짐을 정리하고 방안에서 어제 준비한 햄버거로 아침식사를 한 후, 7시반 메켈레를 출발해 랄리베라로 향했다. 랄리베라는 과거 이슬람교도들이 예루살렘을 점령한 후,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랄리베라를 새로운 예루살렘으로 여기고 박해당하는 에티오피아정교도들을 위해 응회암(화산재가 굳어서 된 암석)을 파내려가 지하에 11개의 암굴성당을 조성한 곳이다. 약 2천600m 고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도시 전체가 조경이 깔끔하고 잘 정돈돼 있으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응회암을 이용한 또 다른 세계문화유산은 터키의 카파도키아에도 있다. 로마에서 박해를 피해 건너온 기독교인들은 응회암으로 이루어진 골짜기의 암벽과 바위 계곡 사이를 파고 깎고 다듬어 교회와 마구간이 딸린 집들과 납골묘와 방어용 성을 만들고, 데린구유라는 지하도시까지 건설했다.

어제 여행사에서 택시를 대절 했는데 아침에 온 차는 승용차가 아닌 다나킬 투어를 했던 짚차였다. 장거리에는 불편하게 생각되었는데 포장도로와 비포장 도로가 혼재돼 이해가 되었다. 랄리베라까지는 약 300km 8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늦지않은 오후에 도착하리라 생각하고 포장된 도로를 달리며 에티오피아 시골의 풍광을 즐긴다. 소도시들을 지나는 때를 제외하고는 시속 70~80km를 달린다. 날씨 또한 상쾌하다. 오전 10시50분 알라마타(Alamata)를 지나며 재래시장을 구경한다. 우리의 시골장과 크게 다를 것 없다. 촌로들이 머리에 이고 온 각종 먹을 것, 입을 것들을 난전에 놓고 팔고, 서로 필요한 것을 사서 들고 길을 따라 걷는다. 길가의 개울에서는 커피가게나 음식점 바닥에서 본 수초를 세척하고 있다. 손님을 맞이하는 가게 등에는 출입구나 식당 바닥에 카페트 대신 30~40cm되는 풀과 꽃들을 바닥에 깔아놓는 것이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다가와 제법 규모가 있는 도시에 들어섰다. 웰디야(Weldiya)란 도시의 랄(Lal)호텔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현관에서 파는 제베나커피 한잔(40Br)을 마신 후 다시 출발한다. 도시를 벗어나 본격적인 비포장길로 들어섰다. 이제부터는 황토길로 서너시간 산길을 달린다. 저 멀리 산 위로 랄리베라가 보인다. 랜드크루저 짚차로 9시간 반이 걸렸다. 오후5시 랄리베라 도착, 숙소를 예약을 하지 않아 운전기사에게 아는 곳으로 가자고 해서 갔으나 그곳에는 빈방이 없다. 호텔지배인이 여기저기 전화하여 타보르(Tabor)호텔(840Br 30$/1박 조식포함)을 소개해주어 짐을 풀 수가 있었다.

목 감기가 심해져, 몸은 한기가 든다. 아프리카에 웬 난방기구냐고 핀잔을 들으며 가지고 간 온열매트를 침대에 깔고 누웠다. 따스한 기운이 올라온다. 장시간의 차량이동과 제대로 음식을 먹지 못해 녹초가 된 몸을 누이고 쉬는데, 몸에 이상이 느껴져 화장실을 가니 설사가 난다. 배낭에서 비상약품으로 준비한 지사제를 먹고, 바깥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아 간단하게 호텔에서 저녁을 먹었다.

감기는 조금 좋아졌는데 밤새 설사가 났다. 화장실을 드나드느라 잠을 설치고 입이 깔깔해 아침을 먹을 수가 없다. 일행들은 암굴교회 투어를 나가고 혼자 침대와 화장실을 오가며 앓았다. 점심 경 탈수증세가 심하게 느껴져 호텔 인근의 가게로 가서 물과 음료수를 사가지고 다시 숙소에 왔다. 일행 중 다른 이도 설사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해 호텔측에 설사약을 구해 달라고 해서 먹고, 오후 내 누워 있었다. 랄리베라의 암굴성당을 둘러보는 것은 이번 여행에서는 포기하고 몸을 추스리는 것이 먼저라는 판단에 일단 아디스아바바로 가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는 제대로 된 병원이 없는 듯하다. 내일 아침 비행기를 예약하려고 여행사에 다녀온 일행이 오늘이 휴일이라서 여행사가 문을 열지 않았다고 한다. 내일 아침 택시를 불러 공항에서 티켓을 구해 보기로 하고 이곳을 떠날 준비를 했다.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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